한국거래소와 환경부가 탄소배출권 거래 정착을 위한 선물시장 개설 준비에 들어갔다.
12일 한국거래소와 환경부에 따르면 거래소는 배출권 선물시장 개설을 검토·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달 초 '배출권 선물 상장 및 활성화방안'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거래소 측은 "배출권 현물 거래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실수요자 주도 시장으로 거래 활성화에 한계가 있고 유동성이 부족해 안정적 가격 형성이 어렵다"며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배출권 선물시장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선물시장 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한 '배출권 거래시장 고도화방안' 연구용역을 지난 2월 발주했다. 한국거래소와 환경부가 배출권 선물시장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이르면 내년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내 선물시장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필요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선물 시장을 개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어떤 제약요건이 있을지 몰라 용역 결과가 나와야 상장 일정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내에서 탄소배출권은 2015년 거래 시작 이후 현물만 거래되고 있다.
종전에는 연평균 배출량에 따른 할당 대상 기업과 제한된 시장조성자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된 시장이었으나 거래소는 작년 말부터 증권사 20곳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추가로 허용했다.
시장에서는 배출권 선물 시장이 개설되면 가격 변동성이 완화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리스크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물 시장이 도입되면 기업들은 배출권 가격 변동이라는 위험을 헤지(위험 회피)할 수 있고, 가격적으로도 현물 대비 적은 비용으로 헤지할 수 있게 된다"며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조속히 선물시장이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물 도입 이후에는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도 잇달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탄소배출권 ETF는 최근 증시 불안에도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새 정부에서도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정책은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배출권의 희소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ETF, ETN 등의 등장으로 리테일 기반이 넓어지면 우리 배출권 시장의 활성화에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