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빚' 대물림 막는다…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입력 2022-04-05 10:44


미성년자가 부모의 빚을 떠안지 않도록 성인이 된 후 '상속 선택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5일 밝혔다.

현행 민법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 경우에도 법정대리인이 정해진 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해 미성년자에게 상속채무가 전부 승계됐다.

이를 두고 법정대리인이 제때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미성년자가 부모의 빚을 전부 떠안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며, 미성년자의 자기 결정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법무부는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성년이 되기 전에 안 경우에는 성년이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한정승인이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책임지겠다는 뜻을 표명하는 제도다.

또한 보호되는 미성년자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하기 위해 개정법 시행 이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신설 규정에 따른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급 규정을 부칙에 추가하기로 했다.

'빚의 대물림' 근절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무지 또는 부주의로 인해 부모의 채무를 자식이 떠안는 상황을 막고, 피해 청년을 위한 자립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도 "자녀들이 부모의 빚을 떠안은 채 신용불량자로 사회 첫발 내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며 민법 개정을 약속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성년자가 부모의 빚에 구속되지 않고 공평하고 공정한 경제생활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법무부는 또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던 인격권을 법률에 일반적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이날 함께 입법예고 했다.

그동안 인격권은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인정됐지만, 법령에 명시돼있지 않아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법무부는 인격권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라고 정의한 민법 제3조의2 1항을 신설해 인격권으로 보호될 수 있는 이익의 예시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또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사후적 손해배상 청구권만으로는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격권 침해의 중지를 청구하거나 필요시 사전적으로 침해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법안도 마련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본 법안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하여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