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가 체결된 이후 10년 간 양국의 교역은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양국 간 투자 불균형 문제와 수입 규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한국과 미국의 상품무역 규모는 210조 원으로 FTA 발효 전인 2011년(125조2,137억 원)보다 68% 늘었습니다.
수출(70.6%)과 수입(64.1%), 무역수지(95.7%) 모두 고르게 성장했습니다.
대미 수출 증가의 일등 공신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었는데, FTA 체결 전보다 76%나 늘어 전체 대미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관세 철폐 효과와 함께 미국의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며 전기차 수출이 매년 192%씩 증가했고, 덩달아 2차전지 수출 증가율도 연평균 20%에 달했습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경우 수출 비중은 소폭 줄었지만 금액은 늘었고, 우려했던 농수축산물의 경우도 연평균 10%나 증가했습니다.
이들 대미 수출 상위 품목들은 코로나19 이후 수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는 발판으로서 FTA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웬디 커틀러 / 전 미국 측 교섭대표: 양국의 일자리 창출과 무역·투자 증진, 동맹 강화를 이끈 한미 FTA는 모든 면에서 양국에 이득을 준 '윈윈' 협정이었습니다.]
수출은 늘었지만 투자 부문에선 성적이 영 안 좋았습니다.
한국의 대미 투자액은 FTA 체결 전인 2011년 24조5천억 원에서 2020년 77조5천억 원으로 크게 증가한 반면,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6조 원 대에 그쳤습니다.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로 대표되는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고용을 창출했다면, 미국은 몇몇 OTT 기업들이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대미 수출 증가가 결국 한국의 모회사와 미국의 자회사 간 거래가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기에 아직까지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강도 높은 수입 규제들도 '상호호혜적 관계'라는 말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개시한 수입규제 조사는 총 49건으로, 중국(162건)과 인도(52건) 다음으로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5%의 관세를 면제해주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철강 232조입니다. 해당 조치로 인해 연평균 383만 톤이었던 한국의 철강 제품 수출은 200만 톤대로 감소했습니다.
[최석영 / 전 한국 측 교섭대표: 한미 FTA가 체결됨으로 인해서 경제적으로 많은 국가들을 자극했습니다. 일본을 자극했고, EU를 자극했습니다. 중국도 자극하고, 그래서 이후에 한미 FTA를 따라가는 많은 FTA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어느덧 열 살을 맞은 한미 FTA가 다음 10년을 위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