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 경제 성장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다음 주 통화정책 결정을 앞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당초 연준과 ECB가 다가오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빠르게 통화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게 최근까지의 관측이었으나, 현재는 양대 중앙은행 모두 전쟁으로 달라진 경제 여건을 고려해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혀 그동안 시장에서 떠돌던 0.5%포인트 인상설을 잠재웠다.
ECB도 물가 상승세가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통화정책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임을 시사해왔다. 이에 시장에선 ECB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대신 0.1%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고 WSJ은 전했다.
시장의 이런 시각 변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최근 2년 사이 세 번째 경기침체에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성장률이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덜 받겠지만, 물가 상승세가 소비지출과 경제성장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특히 원유와 금속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세계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클레이스와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가량 내리고 대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포인트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국제 유가가 현재보다 20달러 높은 수준이 계속 유지되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0.6%, 미국과 중국의 GDP는 0.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천연가스 수입이 중단되면 유로존이 GDP의 1%에 해당하는 경제적 타격을 받고, 전체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이 중단되면 그 충격의 규모가 GDP의 2.2%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아가 러시아산 원유의 미국·유럽 수출이 완전히 중단되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70년대와 2007∼2008년에 유가 급등이 경기침체의 전조가 됐으나 지금은 다를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캐나다 상업은행인 '내셔널뱅크오브캐나다'에 따르면 물가를 고려할 시 국제 유가가 2008년 수준에 도달하려면 배럴당 170달러를 넘어야 한다. 130달러를 기록한 국제유가가 생각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폴 도너번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수요 감소로 물가가 안정될 수 있고, 세계가 과거만큼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전반적인 상황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과상승)과는 부분적으로 닮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