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IPO(기업공개)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에 힘입어 올해 국내 IPO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뜩이나 최근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대형 IPO가 잇따르면서 증시의 상단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 연간 공모 규모는 25조원 수준으로 전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금액 12조8천억원을 기록해 작년 연간 공모금액의 65.3%를 이미 채웠다.
연초 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은 부진한 증시와 건설업계 투자 심리 위축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으나, 올해 상장을 예정한 대형주는 여전히 많다.
현대오일뱅크(추정 기업가치 8조원), 교보생명(3조원)을 비롯해 CJ올리브영(4조원)·SSG닷컴(10조원)·컬리(4조원) 등 유통업계 대어와 원스토어(2조원)·SK쉴더스(4조원)·카카오모빌리티(6조원)·카카오엔터테인먼트(10조원) 등 SK텔레콤·카카오 자회사들의 상장도 연이어 예정됐다.
이중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원스토어, SK쉴더스 등은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도 다음달 초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보여 올해 중반에는 상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현대오일뱅크, SSG닷컴 등 시총 10조원 이상의 대형 IPO가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PO 공모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작년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11.25% 증가했으나, 지수는 전년 대비 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20년에는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율(34.19%)과 지수 상승률(30.75%)이 비슷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시총이 늘어난 만큼 지수가 따라가지 못했던 것은 대형 IPO 영향으로 다른 대형주들의 비중이 축소됐고 관련 수급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증가한 시총 대비 순이익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형 IPO가 있을 때 기관 투자자는 기존의 주식을 팔아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며 "경험적으로 1개월 내 IPO 기업의 시총이 10조원을 초과하고, 기관 투자자가 순매도일 때 한국 주식 시장이 부진한 경향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다만 증시 부진이 계속될 경우 IPO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모주 일반 청약경쟁률이 코스피 지수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