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싸우던 삼성 임원이 친정에 소송 건 이유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입력 2022-01-11 17:34
수정 2022-01-11 17:34
# 전직 임원의 배신?

<앵커>

다음 키워드는 '전직 임원의 배신?' 입니다.

<기자>

배신도 무서운 단어인데 무려 전직 임원의 배신입니다.

바로 삼성전자의 얘기인데요.

삼성전자에서 특허 소송을 총괄하다가 퇴직한 임원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앵커>

특허 소송 관련 임원이 자기회사에 특허 소송을 했다, 특이한 일이네요?

<기자>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가 10건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며,

자신이 지난해 6월 설립한 특허법인 시너지IP를 통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특허 기술은 주로 무선 이어폰과 음석 인식 관련 기술인데,

갤럭시S20시리즈와 갤럭시 버즈 시리즈에서 활용됐습니다.

손해배상 금액은 최소 수백억원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앵커>

텍사스 동부지법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많이 내려서

'외국기업들의 무덤'으로 많이 불린다고 하는데 안승호 전 부사장이 특히 여기에 제소를 했다는 점도 의도가 명확해 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승호 전 부사장,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 변호사입니다.

1997년부터 삼성전자의 특허 업무를 맡다가 2010년 IP센터장으로 선임돼 2019년 퇴직할 때까지 해외 기업과의 소송전을 총괄했습니다.

2011년 애플과의 소송전을 진두지휘하고

구글과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사용에 대한 상호간 허용) 계약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삼성의 특허 전략을 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본인이 몸담았던 회사를 상대로 이래도 되는 건지, 직업윤리가 논란이 되는 것 같은데 삼성 측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삼성은 이번 소송에 대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난 달 미국 특허상표국에 관련 특허 9건에 대한 지식재산권 무효심판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무효심판은 특허가 특허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무효로 해달라는 걸 요청하는 절차인데,

받아들여진다면 앞서 안 부사장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도 무의미해지게 되죠.

업계에서는 안 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한 비판이 큰데요.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알게된 정보들이 많이 있었을 텐데,

그것을 활용했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이런 행동을 한다고 해서 문제를 삼거나 규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특허 기술은 영업 기밀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내부 기밀을 유출했다면 범죄가 되지만,

특허는 이미 모두에게 공개된 기술이기 때문에 내부 기밀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만큼 안 전 부사장이 특허를 침해한 사실을 더 빨리 알거나,

또 침해 사실에 대한 증명을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앵커>

개인의 일탈이기도 하지만, '관리의 삼성' 아닙니까?

시스템 적으로 예방하지 못한 부분도 뼈아프겠습니다.

<기자>

네. 이제는 기업에서 핵심 인물이 퇴직할 때 기존에 작성하던 비밀유지양해각서의 내용을 강화하거나,

경쟁업체 등으로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강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이번 일을 보면서 제품생산없이 특허만 사들여서 소송으로 이익을 챙기는 이른바 '특허괴물'들에 대해서

비판적인 인식들이 생겨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이번 분쟁은 어떻게 끝이 날까요?

<기자>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이런 유형의 특허 관련 법적분쟁에 대비했던 만큼,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21만 1,160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고,

이 가운데 미국에 등록한 특허만 8만 2,000여 건에 달합니다.

또 구글, 퀄컴,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 대부분과 상호특허 사용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계약을 연장하고 있는데,

이는 신규 사업을 보호하면서 상호 간 소송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요즘 초국가적으로 기술력 싸움들이 치열한데 기업들이 이런 이슈에 앞으로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