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탈 막아라"...증권사, 발행어음 금리 인상 '러시'

입력 2022-01-05 17:32
수정 2022-01-05 17:32
<앵커>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발행어음 시장을 둘러싼 초대형 IB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인상 격돌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한 KB증권.



지난해 12월 1년 만기 발행어음 금리를 기존 2.05%에서 2.25%로 0.2%포인트 인상했습니다.

KB증권이 발행어음 금리 인상 경쟁에 불을 지피자 미래에셋증권도 바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3일부터 1년 만기 발행어음 금리를 0.45%포인트 올려 2.3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00%로 인상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됩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고객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막겠다는 의도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그동안 주식과 채권으로 몰렸던 자금이 최근 금리 인상 분위기 속에 은행 예·적금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면서 자금 이탈을 막자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실제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 67조5천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2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언제든 은행에서 찾을 수 있는 초단기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695조2천억원으로 11월보다 9조원 이상 늘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금리가 상승해 자금들이 은행으로 다시 회귀하는 현상들이 일정 부분 관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성이…]

증시 변동성 확대로 주식 외에 다른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점도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해 중소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 최근처럼 투자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선 발행어음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가 시급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발행어음 사업은 증권사에 있어 중요한 자금조달원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들까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대형증권사들의 발행어음에 대한 관심도는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발행어음 금리 인상에 나선 초대형IB.

올해는 발행어음 사업에 진입하는 증권사들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들간 자금 확보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