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틀 연속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인 가운데 대만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공군은 지난 1일과 2일 연속으로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38대와 39대의 군용기를 진입시켜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도 즉각 공군기를 출격시키면서 대만해협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도발을 멈춰야 한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처럼 중국이 노골적으로 압박수위를 높이자 대만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만 왕웨이훠 경제부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지난 30년간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함으로써 세계화의 배경을 제공했다"면서 "전 세계는 대만의 안보상황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만이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으로부터 안보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도체의 무기화'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세계 1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코로나19 팬데민 이후 주문이 빗발치면서 공급계약이 53%나 급증했다. 마크 리우 회장도 지난 7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전을 위해 지역안보가 필수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도 대만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에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지만 현재로선 대만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왕 장관은 이같은 행보를 의식해 "대만은 파트너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물량을 조절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네덜란드의 ASML 등의 도움이 없다면 대만도 공급망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을 늘리기 위해 TSMC는 생산량을 작년에 비해 60%나 늘렸고, 앞으로 3년간 1천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라인을 늘릴 계획이지만 반도체 패키징과 검사를 하는 말레이시아 업체가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에만 770만대의 생산 감소와 2,100억 달러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TSMC는 미국 상무부가 요구한 고객정보를 넘기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게 오는 8일까지 생산 프로세스와 고객, 재고와 증설계획 등을 요구한 상태였다.
대만이 중국의 안보 위협과 미국의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 사이에서 반도체를 앞세워 안보와 경제 '두 마리의 토끼' 잡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