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값 인상 놓고 '옥신각신'…조선업 '흑자 경영' 아직 멀었다

입력 2021-08-12 17:49
수정 2021-08-12 17:49
<앵커>

연간 목표치를 뛰어넘는 수주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가 또한 좀처럼 오를 기미 조차 보이지 않는데요.

이러한 가운데 후판값 인상을 놓고 철강업계와 마찰을 빚으면서 근심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신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후판'은 두께가 6mm 이상으로, 선박 건조에 필수인 철강재입니다.

선박 제조비용에 후판값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탓에 조선업계는 후판값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후판값 인상을 놓고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옥신각신하는 분위기입니다.

포스코가 상반기보다 60% 오른 가격을 제시한 데 이어 현대제철 역시 비슷한 인상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철강 원료인 철광석 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과거 조선업계의 '수주 절벽' 시절 후판값 인상을 자제했던 만큼 이번에는 올려야 한다는 이유에섭니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가가 10% 남짓 오르는 동안 후판값은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며 이러한 인상폭이 터무니 없다는 주장합니다.

적게는 3천억 원대, 많게는 1조 원 가까운 손실 충당금을 설정하며 조선사들이 올해 2분기 적잖은 적자를 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겁니다.

즉, 수주 목표치를 뛰어넘으며 호황이라고 하지만 수주를 하면 할수록 적자폭만 키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과 석 달 새 주가가 20% 이상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후판값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내년 봄이나 돼야 실적이 나아질 거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후판값 인상분을 실적에 미리 반영했고, 선가에 후판값 인상분이 반영되려면 통상 6개월이 걸린다는 걸 감안하면

결국 조선업계 실적도, 주가도 올해보단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박무현 / 트레보트 리서치 대표 : (후판 가격 인상은) 선주사들을 대상으로 선박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한 가지 좋은 명분으로 활용을 할 수가 있게 됩니다. 올해 4월부터 후판 가격이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내년도 2월, 3월 봄부터는 조선소들의 수주 선가가 대거 올라가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해 수주 풍년으로 조선업계가 부활을 알렸지만, 흑자 전환을 비롯한 진정한 부활은 내년 봄이나 돼야 가능할 거란 의미입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