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빨래방 이용했다가 이불이 탔다"…잔액 반환도 안 돼

입력 2021-08-04 10:14
셀프빨래방 소비자상담, 5년전 대비 3배↑
서울 셀프빨래방 44곳 점검…잔액 환불 불가
"분쟁 예방 위한 표준약관 제정 필요"
#. A씨는 지난해 1월 셀프빨래방을 방문해 극세사 이불의 건조가 가능한지 영업소 내 게시물과 관리자에게 문의한 뒤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건조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불이 타는 등 훼손돼 배상을 요구하자 사업자는 이불의 취급주의 라벨에 '건조기 사용 불가'가 표시돼 있다는 이유로 배상을 거부했다.

#. B씨는 지난해 3월 셀프빨래방에서 5000원 짜리 세탁 코스를 이용하기 위해 5000원을 투입한 뒤 실수로 4000원 코스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세탁기에는 잔액 1000원에 대한 반환 기능이 없었다.

#. C씨는 2019년 11월 셀프빨래방에서 세탁 후 세탁물이 검정색으로 심하게 오염됐다. 세탁기 내부에 볼펜이 있음을 확인하고 사업자에게 배상을 요구하자 사업자는 무인영업소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매번 세탁기 내부를 확인·관리할 수 없다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C씨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보상을 거부했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거래 선호로 셀프빨래방 이용자들이 늘고 있지만, 세탁물 훼손과 오염, 결제·환불 등 불만이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신청된 셀프빨래방 관련 상담은 지난해 87건으로 2016년(28건)보다 3.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셀프빨래방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284건으로 집계됐다.

상담 신청은 세탁물이 찢어지거나 변색되는 등 세탁물 훼손이 41.2%로 가장 많았다. 잔액이 환불되지 않는 등 결제·환불 불만은 20.4%, 세탁기·건조기 내 잔여물로 인한 세탁물 오염은 20.1%를 차지했다.

실제 소비자원이 서울 소재 셀프빨래방 44곳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44곳 모두 세탁 요금을 한 번 투입하면 세탁기·건조기 사용 후 잔액이 발생하더라도 기기를 통한 환불이 불가능했다. 이 가운데 50%는 요금 환불 기능이 없다는 사실도 고지하지 않았다.

10곳(22.7%)에서는 물세탁이 금지되는 의류인 가죽이나 모피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고, 27곳(61.4%)은 건조기 사용이 금지되는 의류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38곳(86.4%)은 세탁이 완료된 후 소비자가 회수하지 않은 세탁물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 등을 비치하지 않아 분실 위험이 있었다. 분실물 보상에 대해 27곳(61.4%)은 사업자가 책임지지 않는다고 표시했다. 현장 조사한 44곳은 워시테리아, 월드크리닝, 크린업24, 크린에이드, 크린위드, 크린토피아 등이다.



소비자원은 셀프빨래방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표준약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따라 ▲세탁 및 건조 금지 의류에 대한 사업자의 정보제공 강화 ▲소비자 이용 잔액에 대한 사업자의 환불 의무 명시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세탁물 훼손·분실에 대한 사업자의 배상책임 명시 등이 포함된 '셀프빨래방 이용 표준약관(안)'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세탁·건조가 끝난 후 신속히 세탁물을 회수하고, 세탁 전 세탁기·건조기 내부와 세탁물 주머니에 종이, 화장품, 볼펜 등 잔여물이 없는 지 확인할 것, 영업소 내 게시된 세탁 금지 의류 등 주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