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잘못 삼켰나"…힘 못쓰는 이마트, 왜? [박해린의 뉴스&마켓]

입력 2021-06-29 17:39
수정 2021-06-29 20:27
<앵커>

박해린 증권부 기자와 함께 하는 뉴스&마켓 시간입니다.

박 기자, 오늘은 시청자분들의 질문이 쇄도 하는 이마트에 대해 다뤄보고 싶습니다.

지난주에 이마트가 이베이를 인수했죠. 많은 투자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생각보다 주가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거든요.

<기자>

네, 이마트가 약 3조4천억원에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보시다시피 2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하고 있죠.

인수 소식이 전해지기 전 주가와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앵커>

맞습니다. 여러 기사만 봐도 기대감이 큰 것 같은데 주가는 지난 금요일 5% 상승한 뒤 줄곧 빠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겁니까?

<기자>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시장에선 기대감과 동시에 너무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본입찰에서 경쟁했던 롯데쇼핑은 3조원 이하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고요.

또 이번 인수 비용은 오프라인 매장 50~60개의 점포 투자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번 인수를 두고 일각에선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주가가 이렇게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큰 틀에선 기대가 되는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앵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시기군요.

수급은 어떻게 들어오고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들어온 한편 기관은 자금을 뺐고요.

인수 발표 이후 첫거래일인 지난 25일부터 어제까지의 수급을 금액으로 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0억원, 14억원가량을 베팅했고, 개인은 210억원 순매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외국인과 개인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거군요.

기대와 우려, 하나씩 따져보도록 하죠.

일단 우려되는 사항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인수 비용부터 조달해야 할텐데, 현금 보유액이 그만큼 있습니까?

<기자>

자산매각과 기존 보유 현금을 더해 이미 약 1조9천억원 가량의 자금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1조5천억원 가량은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달금리 2.7%를 가정할 경우 연간 이자비용은 400억원 가량 됩니다.

추후 자산유동화 작업도 계획 중인만큼 전체적인 차입금 규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앵커>

상당한 재무 부담을 안고 인수한 거네요.

게다가 신규 투자 비용은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르는 거고요.

<기자>

네, 또 이베이코리아는 2020년 거래액이 정체되면서 시장점유율은 2019년 12%에서 2020년 10%로 크게 하락한 상황이라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힙니다.

또 이번 인수로 이마트는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쿠팡에 이어서 실질적인 점유율 2위 업체가 됐는데, 사실 이베이코리아의 주 카테고리가 쿠팡과 완전히 겹칩니다.

따라서 쿠팡을 뛰어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마케팅비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또 쿠팡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배송이죠. 이걸 잡기 위해 이마트가 얼마나 더 써야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앵커>

왜 일각에서 새로운 전쟁의 시작으로 보는 건지도 알겠네요.

다소 마음이 무거워 지는데, 긍정적인 부분도 살펴보도록 하죠.

<기자>

이번 인수로 이마트는 온-오프라인 거래액 기준으로 봤을 때 롯데쇼핑을 제치고 국내 유통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또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는 물론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등 온오프라인 채널간 시너지까지 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신선미 기자 리포트에서도 보셨듯 이베이코리아는 270만 스마일클럽 회원을 갖고 있습니다.

이 고객들을 한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거니 쓱닷컴은 고객 접점을,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최대, 또 양질의 식품 카테고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엔 금융이든 유통이든 플랫폼기업이든 숙련된 IT전문가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잖아요.

이마트로선 이베이의 숙련된 IT전문가를 얻게 돼 온라인 사업의 규모와 성장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이번에 정용진 부회장이 남긴 어록이 있습니다.

<앵커>

뭔가요?

<기자>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다'라는 말인데요.

정 부회장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밝힌 만큼 향후 어떤 온라인 전략을 제시할지,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가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마트의 주가는 구체적인 인수 일정과 사업 전략이 발표된 이후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시장의 궁금증, 잘 살펴봤습니다.

박해린 증권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