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하는 10대들...병원서 당당히 처방받아 10배 가격 유통

입력 2021-05-27 15:19


10대 청소년들이 병·의원에서 버젓이 마약류 진통제를 처방받은 사실이 드러나 마약류 관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증명했다.

뿐만아니라 처방받은 마약을 다시 10배의 값을 올려 유통하는 등 어이없는 일들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그대로 공개한 것.

이들은 통증이 심해 펜타닐 패치를 처방해달라고 요청하면 일부 병원에서 손쉽게 처방을 받을 수 있으며, 처방을 잘해준다는 이른바 '성지' 리스트가 있을 뿐만아니라 타인 명의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고 일부는 이를 다시 높은 가격에 유통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들은 '펜타닐 패치를 투약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문이나 권유를 듣고 마약류에 손을 대, 공원과 상가 화장실, 심지어 학교 내에서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마약류 투약·매매·수수 혐의로 검거한 10대는 A군(19)을 포함해 총 42명.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마약류 처방 시 병원과 약국에서 관리하지만, 오·남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의 진단을 토대로 하더라도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고, 약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다시 처방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처방 시 병·의원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본인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허점이 있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10대 중 일부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펜타닐 패치를 구매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도입한 DUR(의약품 처방 조제 시스템)을 활용하면 중복 처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부족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약사법에 따라 DUR 사용에 관한 법적 의무는 있으나 처벌 규정이 없어 강제성이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법령 개정이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사회·약사회 등에 청소년 상대로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식품의약안전처에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할 때 본인 여부와 과거 병력 확인 의무화, 특정 연령대에 처방을 금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남도는 이와 관련해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마약류 불법 처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청소년 마약류 유통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수사할 예정"이라며 "학교 및 가정에서도 마약류 오·남용 방지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