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자산운용까지 '왈가왈부'[목소리 커진 동학개미]

입력 2021-03-16 17:28
수정 2021-03-16 17:28
<앵커>

지난해 말부터 연기금의 대거 순매도세가 이어지며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가 증시 하락의 주범으로 연기금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동학개미들이 연기금에 매도세를 멈추라고 요구했고, 국내 연기금의 대표 격인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지침 변경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동학개미들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를 둘러싼 제도 변경에 이들의 목소리가 대거 반영되고 있습니다.

정희형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연기금을 검색하자 연기금 매도를 중단해 달라는 청원이 수도 없이 나타납니다.

청원 인원수가 많게는 수천여명에 달할 만큼 거센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로 51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4조원이 넘는 금액을 순매도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3천선에서 맴돌고 있는 현상의 주범으로 장기간 이어져온 연기금의 순매도세를 지목하고 있는 겁니다.

연기금은 통상 중장기 자산운용계획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데, 최근의 순매도세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증시가 급등해 늘어난 비중을 자산운용계획에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연기금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의 국내주식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2%로 목표 비중을 4%포인트 가량 초과했습니다.

지난 15일 순매수세를 보이긴 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목표비중보다도 0.5%포인트 낮은 16.8%까지 줄여야 합니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주가수준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단순 계산으로만 향후 22조원가량을 더 팔아야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운용계획에 맞춰 움직이고는 있지만 동학개미들의 비판이 이어지며 국민연금 기금운용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수장인 복지부장관 역시 자산운용지침 변경을 시사했고 이달 말 열릴 기금위에서 이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권덕철 / 보건복지부 장관: 전반적으로 지수가 2~3천선일 때 현재의 리밸런싱(자산배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부분도 한 번 더 기금운용 본부에서 검토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다음에는 보고해서 논의하도록 했습니다. ]

동학개미의 국내 증시 관련 제도 변경을 위한 목소리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증시의 뜨거운 화두 가운데 하나였던 공매도 재개 여부 역시 동학개미의 거센 반발에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당초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이어졌던 공매도 금지기간은 이미 6개월이 추가 연장된데 이어 지난달 재차 연장해 오는 5월2일부터 부분적으로 재개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금융세제 개편안 역시 동학개미의 거센 반발에 대통령이 보완 지시를 내리며 대폭 수정되기도 했습니다.

당초 계획이었던 비과세 기준은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확대되고 증권거래세 인하시기는 1년 앞당겨지는 등 동학개미의 요구사항이 상당부분 반영된 겁니다.

동학개미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공모주시장에도 이어지며 개인에 불리했던 공모청약제도 역시 수정 됐습니다.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이 기존 20%에서 25~30%로 늘어났고 지난해까지는 청약증거금을 많이 넣어야 물량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균등배정이 도입되면서 일반청약 물량의 절반을 균등하게 분배하게 됐습니다.

이 밖에도 동학개미들이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시장조성자 제도를 지목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경제TV 정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