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실상은…'빛 좋은 개살구' [이슈플러스]

입력 2020-12-24 17:28
수정 2020-12-24 17:28
<앵커>

올 한해 우리 증시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이끈 동학개미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올해 동학개미가 단순히 투자만 열심히 한 게 아닙니다.

증시와 정책 전반에서 동학개미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고 있는 상황인데,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증권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올해 증시 전반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고, 코스피 지수가 어느새 3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만 하더라도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800을 넘겼죠. 동학개미의 원픽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지수를 끌어올리면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숫자만으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평가하긴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동학 개미는 시장의 숫자만 바꿔놓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를 비롯한 각종 정책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 그래서 자본 시장의 체질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점이 이번 동학 개미 운동의 성과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공매도와 같은 정책들이 개인 투자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고요? 어떤 뜻입니까?

<기자>

우선 지난 3월부터 6개월 간 금지됐던 공매도를 다시 6개월 더 연장시켰죠.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나라들 대부분이 다시 재개한 것과는 상반되는 조치였고요.

여기에 금융당국은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개인이 빌릴 수 있는 주식 풀을 늘려서 공매도 문턱을 낮추고,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런가 하면 개미들의 투기판이 된 ETP 시장에 대해서는 문턱을 높였습니다. 레버리지나 곱버스(인버스 2배)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증권)을 매수할 투자자들은 기본 예탁금 1천만원을 내야하고, 사전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앵커>

그렇죠. 개인들도 공매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죠.

올해 같은 경우에 공모주 청약도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주식 청약 잘받아서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했다는 사례도 돌고 그랬죠.

여기서도 동학개미 입김이 작용했다고요?

<기자>

올해 IPO를 실시한 기업이 97개사로 지난해 대비 20% 감소한 반면, 공모 금액은 4조원을 훌쩍 넘기면서 오히려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이렇게 돈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은 그야말로 박이 터졌죠. 올해 SK바이오팜의 개인 투자자 공모주 청약은 32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요,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각각 427대1과 607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1억원을 청약 증거금으로 넣어도 정작 받는 주식은 쥐꼬리만한 상황이 벌어진 거죠. SK바이오팜은 13주, 카카오게임즈는 5주, 빅히트는 2주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거워면서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 배정물량을 20%에서 30%까지 확대했습니다. 기관들의 전유물이었던 공모주를 개인에게도 열어준 셈이죠.

<앵커>

개인들이 공모주 청약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바뀌었다, 라는 건데.

개미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진 부분, 혹시 더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가 당초 발표된 2022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겨 졌고요.

2023년부터 주식과 펀드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신설됐지만 비과세 기준을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늘렸습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이 올해 10억원에서 내년부터 3억원으로 강화될 예정이었지만, 논란 끝에 현행 유지로 바뀌었습니다.

<앵커>

올해 동학개미가 투자도 많이 했지만 정책에도 영향을 상당 부분 줬다는 점까지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실제 좀 유용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도 존재하죠?

<기자>

아무래도 제도라는 것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아무리 뜯어 고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먼저 공매도만 하더라도 당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식 공매도 제도는 들인 비용 대비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고, 무차입 공매도 관련 법령의 충돌 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글로벌 표준인 공매도를 계속 금지시킬 수만도 없고요. 정부가 노선을 확실히 정하지 않는 한, 이도 저도 아닌 시장이 돼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정말 개인들이 공매도에 참여하길 원하느냐, 그런 수요파악이 제대로 안된 거 같아요.

진짜 이게 시장 교란의 주범인지 분석도 명확하게 안된 것 같고요.

<기자>

개인 공모주 물량 확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더 많은 물량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불만을 해소하는 한편, 오히려 손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상장 이후에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최근 10년간 IPO를 진행한 기업 중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비중은 코스피 37%, 코스닥 26%에 달했고요. 기간을 상장 이후 5거래일까지로 넓히면 코스피 37%, 코스닥 34%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양날의 검인 거죠.

ETP 기본예탁금 제도 역시 지난 9월부터 신규 투자자에 한해 먼저 시행됐거든요? 하지만 거래량은 줄지 않았습니다. 교육도 사실상 한 시간짜리 동영상을 틀어놓기만 하면 되는 수준이고요. 의미없는 허들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렇죠. 공모주만 하더라도 지금은 시장 자체가 뜨거우니까 개인들이 몰리는 건데, 나중에 또 인기가 시들해지면 그때는 또 개인들이 손해를 보니까요.

정책이 포퓰리즘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올해 동학개미들의 성과를 극찬하는 시각들이 있는 반면, 지나친 낙관이다. 이런 평가들도 있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동학개미가 이룬 성과, 물론 대단합니다. 과거처럼 시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고, 지수가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파는 똑똑한 개미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니까요.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사들인 종목들의 수익률이 몇 년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하고, 심지어 30%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잖아요?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은 개인 투자자의 열 배를 웃도는 300%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계속 빼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모처럼 주머니를 불린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증시가 급격하게 반등하는 중에 덩달아 발생한 현상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고요, 이 때문에 스마트 개미가 아니라 수급이 빈 상태에서 사실상 빈집 털이 효과를 누린 것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는 겁니다.

더욱이 아직도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고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노딜 브렉시트 우려 등 대외 변수까지 산적한 상황에서 시장에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이 도로 거두어 들여질 때,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과 같은 투심을 유지할 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앵커>

개인이 30% 벌 때 외국인은 300%를 벌었다.

동학개미들, 내년엔 좀 더 현명해져야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증권부 방서후 기자였습니다.

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