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1억 6천만 원짜리 냉동차

입력 2020-12-24 17:26
수정 2020-12-24 17:26
<앵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롯데택배 위탁 업무를 해왔던 냉동차 기사들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연인지 박승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바쁘게 움직여야 할 냉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달 말로 계약을 종료한다는 운송업체(진환운수)의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운송업체는 대구 경부 지역 롯데택배의 일감을 받아 운영해왔습니다.

기사들이 직접 구입한 이들 차량의 가격은 5천만 원부터 최고 1억 6천만 원. 대형 냉동차의 특성상 다른 계약자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차 값도 차 값이지만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 기사들.

답답한 마음에 원청업체인 롯데택배 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훈기 / 롯데슈퍼 경산물류센터 근무

"감차를 하면 조건도 있을 거고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준도 없습니다.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따지려고 내용증명을 두 번 보냈지만 답변이 없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가 시작되자 롯데택배 측은 롯데쇼핑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롯데택배 관계자

"롯데슈퍼 폐점 관계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곳이 있어서 그 일환이고요. 직접계약 관계는 아니지만 도의적 차원에서 이동 가능한 사업장을 찾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올해에만 백화점, 마트, 슈퍼 등 120여 개 매장의 문을 닫았고, 3년 안에 총 240여 매장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이훈 / 노무사 (노동권리찾기유니온 법률지원단장)

"법원에서 나온 판례들을 보고 그걸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고용형태를 만든 거죠.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데 '차량을 소유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로 보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롯데택배는 해당 차량들의 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일감을 뺏겨 생계가 막막해진 기사들은 상경 투쟁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