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분쟁' 졌는데 상한가 간 대웅제약, 왜? [박해린의 뉴스&마켓]

입력 2020-12-17 17:26
수정 2020-12-17 17:27
<앵커>

박해린 증권부 기자와 함께 하는 뉴스&마켓 시간입니다.

박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도 봤듯 미국 국제 무역위원회인 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분쟁과 관련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잖아요.

대웅제약에는 관세법을 위반했다며 '나보타'에 대해 21개월간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고요.

시장에 큰 파장을 줬을 텐데요. 오늘 주가 상황 먼저 전해주시죠.

<기자>

메디톡스의 주가는 장 초반 반짝 상승하다가 오전 내내 미끄러졌고요.

결국 전 거래일보다 5.6% 내린 2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편, 대웅제약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17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앵커>

박 기자, 둘이 바뀐 것 아닌가요?

승소한 메디톡스는 주가가 빠졌고 대웅제약은 상한가를 기록했네요?

저는 패소한 대웅제약의 주가가 오늘 급락하겠구나 싶었는데 현실은 딴판이네요.

<기자>

네, 그렇죠.

일단 결과만 놓고 보면 메디톡스가 승소한 게 맞고 대웅제약이 패소한 게 맞습니다.

그런데 대웅제약 측은 "우리가 사실상 승소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무슨 말이죠?

<기자>

앞선 리포트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자세히 다뤘으니 간략하게만 설명을 드리면요.

ITC는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내 수입 금지 기한을 10년으로 정했다가 최종 판결에서 21개월로 단축했거든요.

보툴리눔 균주를 대웅제약이 도용했다는 혐의는 인정하면서 영업비밀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영업 비밀이냐, 아니냐가 소송의 관건이었다"라며 "영업 비밀로 인정되지 않은 건 사실상 우리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누구 말이 맞는 겁니까?

<기자>

양쪽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오늘 주가를 보면 투자자들은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죠?

지난 7월 7일 예비판결 내용이 시장에 전해졌을 때는 메디톡스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대웅제약은 17% 넘게 하락했거든요.

투자자들이 이번 결과가 완전히 메디톡스의 승리라고 봤다면 이번에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을 건데, 오늘 주가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죠.

<앵커>

대웅제약의 경우에는 예비판결 이후에 주가가 너무 많이 빠졌다가 오늘 반등한 것 아닙니까?

메디톡스는 그 반대고요.

<기자>

아닙니다.

지난 7월 7일에 예비판결이 나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후 약 5개월간 대웅제약의 주가는 오히려 60%가량 올랐습니다.

메디톡스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고요.

<앵커>

의외네요. 예비판결 이후 시장의 우려는 증폭됐을 텐데, 대웅제약을 누가 이렇게 사고 있는 겁니까?

두 회사의 매매주체가 다른지 궁금합니다.

<기자>

7월 7일 이후 어제까지의 수급을 정리해봤는데요.

대웅제약의 주가는 개인이 끌어올리고 있다는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11월 말까지 대웅제약을 줄곧 판 기관은 이달 들어 다시 자금을 넣고 있고요.

마찬가지로 메디톡스의 경우에도 개인이 대거 순매수했습니다만, 외국인의 물량이 워낙 많이 나온 탓에 주가가 지지부진했죠.

오늘은 아직 잠정 집계치만 나왔지만 외국인과 기관 모두 대웅제약에 자금을 넣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기관은 메디톡스에서 자금을 뺐고요.

<앵커>

그렇군요. 오늘 주가가 급등한 대웅제약 얘기를 더 해보죠.

박 기자, 일단 21개월간 수출 금지 조치가 내려졌으니 대웅제약의 향후 실적에는 타격이 가는 것 아닙니까?

<기자>

대웅제약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요.

미국에서 판매하는 나보타의 실적이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따라서 미국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지돼도 향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 대웅제약 측이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잖아요?

유럽과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시판 중에 있고 올해는 브라질과 대만 등에서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대웅제약 측은 오는 2022년 중국에서도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증권가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대웅제약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한 곳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아직 없습니다만, 조만간 추가적인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긴 합니다.

증권업계에선 예비판결 이후 대웅제약 목표가는 최악의 소송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목표가 상향 조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보수적으로 보는 연구원들도 일단 일정 부분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에 안도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오늘 대웅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호이스타정의 임상2상을 2상에 3상을 병합한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거든요.

이에 대웅제약은 대규모 환자에게 신속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면서 기대감도 일고 있다는 점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향후 추가적인 진행상황 박 기자와 계속해서 팔로우업 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