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앞세우는 애플…"진심이야 수작이야?"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입력 2020-12-17 17:26
수정 2020-12-17 17:26
애플, '앱 추적 투명성' 조치 시행
페이스북, 美 일간지에 애플 비난
'n번방' 조주빈 아이폰도 못 풀어
애플, '프라이버시' 내세워 광고해
# 진심이야 수작이야?

<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이지효 기자, 첫 번째 키워드부터 바로 볼까요?

<기자>

네, 첫 번째 키워드는 '진심이야 수작이야?'로 잡았습니다.

애플이 새해부터 애플 유저들을 위해 사생활 보호 조치를 시행하는데요.

이게 '진심인지, 또 수작인지' 논란이 되고 있어서 키워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앵커>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무슨 일인가요?

<기자>

먼저 애플이 내년에 시행하기로 한 사생활 보호 조치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앱 추적 투명성(ATT)'이라고 이름 붙여진 조치입니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기기에는 고유한 식별자인 IDFA가 있는데,

이것으로 이용자가 뭘 주로 검색하고, 취향은 어떤지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앞으로 이런 이용자 정보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기기 주인의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밝히지 않으면 자사의 앱 스토어에서 퇴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렇게 건건이 승인을 거쳐야 하면 상당수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거부할 것이고,

특정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표적 광고의 효율성이나 수익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용자의 정보가 새 나가지 않으니 좋은 일 아닙니까, 수작이라니요?

<기자>

페이스북이 애플의 조치가 "이익에 관한 것이지 사생활 보호에 관한 것이 아니다"고 반발하는 겁니다.

페이스북은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에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는 광고를 실었습니다.

이유를 살펴 보면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 프로그램인 '오디언스 네트워크' 때문인데요.

이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검색한 키워드나 각종 활동 정보를 이용해,

개발자들이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이제는 애플의 조치로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이게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소상공인들이 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6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내부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애플의 이번 조치로 광고주들이 이용자들에게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은 애플에 의존하는 거겠죠.

<앵커>

애플은 '보안은 확실하다' 이런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자>

네.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2015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위해,

애플에 수사 협조 요청을 했는데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거절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현재까지도 이용자의 정보 공개와 관련해 FBI와 애플의 대립은 진행 중인데요.

실제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의,

아이폰X 암호를 풀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고,

이른바 'n번방 사건' 조주빈의 아이폰X 비밀번호는 아직까지도 해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아이폰XS도 풀기는 풀었는데,

이 비밀번호는 피해자 측에서 제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실제로 아이폰은 포렌식 전에 잠금 해제가 굉장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집니다.

문자까지 조합해 비밀번호를 설정했다면 경우의 수는 특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앵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정치인, 연예인은 아이폰 쓴다는 말도 하죠.

<기자>

네. 업계에서도 애플이 가진 차별성을 '보안'으로 꼽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된 건데요.

애플은 실제로 '프라이버시'를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28년 만에 CES를 찾은 애플이 택한 주제도 바로 개인정보 보호였는데요.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소비자에게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를 해야 한다"며,

"어떤 IT기업도 충분히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최근에도 '프라이버시'를 내세운 60초 분량의 광고를 선보였는데요.

이 광고는 아이폰이 없어서 개인정보를 다 흘려버리면 생기는 일을 담았는데,

커플에게 한 여성이 "임신테스트기 4개를 구입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결국 애플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모든 정보가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보호된다는 것을 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