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도 ‘아동복지법위반’될 수 있어... 아동학대 처벌 수위

입력 2020-11-05 16:08


최근 아홉 살 아이가 여행용 가방에 갇혀 생을 마감한데 이어 초등학생 형제가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다가 화재로 중상을 입었다. 화재로 중상을 입은 형은 기관 삽관 시도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동생은 끝내 사망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안타까움을 남겼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이 분석한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 수가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 1만1715건에서 2019년 3만45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아동 재학대 건수는 2015년 1240건에서 2019년 3431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방임학대 문제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 일대에서 아동학대 관련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브라이트법률사무소의 김유리 변호사는 “우리 헌법에서는 아동 또한 기본권의 주체로 본다”면서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고자 ‘아동복지법’을 규정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아선 안된다. 아이가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호와 지원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아동복지법 제 71조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신체적 학대,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비롯해 기본적인 보호, 양육, 치료 등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등은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며 “아동 학대 및 방임으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때 피해아동의 상태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처벌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동복지법 제17조와 아동학대범죄특례법 등에 규정된 형량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유교 문화권의 특성상 아동 학대 사건을 가정 내부의 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명시된 금지행위로는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등이 있다.

김 변호사는 “아동의 친권자나 양육권자 등 보호자 중 일방의 아동방임 행위를 다른 일방이 외면하는 것 또한 아동학대 방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보호자가 아니라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된 사람이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아동복지법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 보육기관이나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와 교직원 외에도 아동복지시설의 장이나 사회복지 공무원, 구급대원, 의료인 등 아동관련 직업 종사자 대부분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된다. 아동학대를 알면서도 방임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법원은 학대는 해당 행위를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와 가정환경, 부모의 양육방식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며 “시대에 따라 학대의 기준이 바뀔 수 있는만큼 일상 속 언어나 행동에 주의하고, 충분한 주의과 감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복지법위반 문제가 발생했다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을 권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