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크게 오르고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전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서둘러 올리고 있고 실거주 요건 강화와 저금리 등 영향으로 매물이 줄면서 전셋값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졌다.
한국감정원은 27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14% 올랐다고 30일 전했다.
이는 지난주(0.12%)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이면서 주간 기준으로 올해 1월 6일 조사 이후 7개월여만에 최대 상승한 것이다.
강동구(0.28%)를 비롯해 강남(0.24%)·서초구(0.18%)·송파구(0.22%) 등 강남 4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강동구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아파트 위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전셋값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구는 개포ㆍ대치동 구축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단지 위주로, 송파구는 잠실동 인기 단지와 문정동 구축을 위주로, 서초구는 정비사업 이주 영향이 있는 잠원동 인근 단지와 우면동 위주로 각각 올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8㎡(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까지 7억원 안팎에 머물던 전셋값이 현재 8억원을 넘어섰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래미안 84.9㎡는 3월 11억원 수준이던 전셋값이 지난달 12억5천만원(11층)에 거래된 뒤 지금은 보증금 13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성동구(0.21%)와 마포구(0.20%), 동작구(0.19%) 등도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성동구는 행당·하왕십리동 역세권 대단지 위주로, 마포구는 공덕ㆍ신공덕동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고, 동작구(0.19%)는 흑석ㆍ사당동 역세권 위주로 가격이 상승했다.
구로구(0.13%)와 금천구(0.11%)도 광명뉴타운 이주 수요 영향 등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마포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뜩이나 전세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4년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한다며 집주인들이 5천만원 이상씩 보증금을 올리고 있다"며 "법 시행 후에도 당분간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임대차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자 2년 동안 전셋값이 연 20%가량씩 폭등한 경험이 있다.
경기도 전셋값은 0.19% 상승해 지난주와 같은 폭으로 올랐고, 인천은 0.03% 올라 지난주(0.05%)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4% 올라 지난주(0.06%)보다 상승폭을 줄였다.
감정원은 6·17대책과 7·10대책으로 담보·전세 대출이 제한되면서 매매시장이 위축되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서초·송파구 모두 각각 0.02% 오르며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줄었고, 관악·강서·도봉·노원·영등포구는 전주 대비 상승폭을 줄이며 모두 0.06%씩 올랐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 영향으로 아파트값이 2.95% 오르며 지난주(0.97%)에 이어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세종시 전셋값도 2.17% 올라 지난주(0.99%)에 이어 크게 상승했다.
올해 초 6억원 안팎에 거래됐던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10단지 84.7㎡는 지난달 6억8천만원(14층)에 거래된 데 이어 이달 25일 7억5천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져 한두달 사이 1억5천만원가량 급등했다.
세종시 인근 조치원 죽림동 죽림자이의 경우 6∼7월 50건 안팎의 매매 거래가 이뤄지는 등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임대차 3법에 전셋값 폭등·품귀 현상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