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플레는 통화적 현상"...프리드먼의 그림자

입력 2020-03-06 18:05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그 뒤를 이어서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도 역시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국채가격과 금값은 폭등. 반면 유가와 구리 등 실물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상품가격은 폭락했다.

지금 받은 미국 경제매체의 속보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0.8%대로 떨어졌다"고 전한다.

과연 각국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공급은 세계 경제를 구원할 것인가?

지금 행해지고 있는 거의 모든 정책은 단 한 사람의 이론에 기초한다. 밀튼 프리드먼. 시카고 학파의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이자 신자유주의의 거두, 바로 그 사람이다.

1980년에 취임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대처 영국 수상은 '경제적 자유'를 표방하며 작은 정부, 경제주체에 대한 무간섭을 현실에 적용했다. 두 사람 모두 프리드먼의 이론에 기초한 정책을 펼쳤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프리드먼의 이론은 맞았다. 경제현상에 대한 전망도, 그 현상에 대한 처방도 모두 옳았다.

하지만 2007년부터 프리드먼의 이론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택할 자유'를 강조한 프리드먼은 한 문장으로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다. "모든 인플레이션은 통화적 현상이다"

지금 전 세계 중앙은행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이나 각국 정치지도자의 경제자문, 금융권을 주무르는 거물들은 대부분 프리드먼의 제자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의 창의적인 통화정책 (양적완화;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먼저 시행한 정책이다)이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한다.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고 돈을 무제한으로 퍼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거의 모든 중앙은행 관계자의 고민은 똑같다. "어? 왜 물가가 오르지 않지?...할 수 있는것은 다 했는데"

프리드먼의 이론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그의 이론이 통하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재빨리 자신의 이론을 수정했을 정도의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 이상 그의 이론이 맞아들어가지 않는 이유를 전 세계 중앙은행은 미친 듯이 찾고 있다. 여러가지 이론들이 제시됐지만 그 어떤 것도 속시원하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제 인류는 프리드먼을 놔줘야 할 때가 됐다. 하지만 그의 제자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2020년 전 세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20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이론에만 매달리려 한다.

답이 없다구?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다." 미국의 거물 드라마 작가가 '뉴스룸(Newsroom)' 시즌 1 오프닝에서 전 미국인들에게 호소한 말이다.

문제가 있다. 큰 문제가 있다. 프리드먼이 말했듯이 우리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는 집단이 결국 승리할 것이다. 지금은 그런 시대다. "어떤 인플레이션도 통화적 현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