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황교안'…주식 시장이 점치는 차기 대권 주자는?

입력 2020-01-26 06:00
수정 2020-01-26 16:52
'투심'보면 '민심' 보인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선 이낙연, 황교안, 안철수 관련주 등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주식 시장은 '총선 전야제'로 불릴 만큼 해당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과 실망감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오르내린다.

'투심(投心)이 민심(民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21대 총선을 세 달가량 남겨 둔 현재, 정치인 관련주 중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이낙연 테마주'다.

특히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을 제조해 판매하는 남선알미늄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16거래일 간 약 30.4% 상승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에 남선알미늄은 23일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며 5.33% 상승 마감하기도 했다.

남선알미늄은 계열 관계인 SM그룹 삼환기업의 이계연 전 대표이사가 이낙연 전 총리의 친동생이라는 이유에서 이낙연 테마주로 꼽힌다.

다만, 이계연 씨는 지난해 11월 삼환기업의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해 현재는 김충식 대표가 회사를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중앙에너비스, 주연테크 등 이낙연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각각 5.7%, 2.5% 올랐다.

'황교안 테마주'로 묶이는 종목들은 인터엠, 한창제지, 티비씨, 국일신동 등이다.

이들의 주가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낙연 테마주의 상승 흐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 들어 인터엠은 4.9%, 한창제지는 3.5%, 티비씨와 국일신동이 각각 9.4%, 3.7% 상승했다.

이들의 수익률은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와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1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이낙연 전 총리 선호도는 24%로 1위를 기록했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선호도는 9%로 2위를 기록했다.

황 대표의 선호도는 지난해 12월 첫째 주 13%에 비하면 다소 약세를 보였다.

정치인 테마주는 '개미무덤'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실적이나 가치와 관계없이 정치인과 혈연·학연·지연으로 연결돼 있거나 정책 수혜가 기대된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크게 출렁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관련주로 꼽히는 안랩, 써니전자, 다믈멀티미디어는 안철수 전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지난 20일 각각 13.69%, 16.14%, 18.63% 급락했다.

이들의 올 들어 주가 변동률은 15~40%에 달한다.

구체적인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출렁이다 보니 주가가 크게 상승했을 때 오너나 대주주의 지분 매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빈번하다.

남선알미늄의 경우 지난해 5월 9일부터 6월 10일까지 한 달간 주가가 51.76% 급등하자 최대주주였던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약 105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당락과 관계없이 주가는 '낙'



해당 정치인이 당선된다고 해서 테마주 투자자들도 수익을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종료된 다음날 각 후보들의 테마주로 꼽혔던 종목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문재인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문재인 테마주'로 꼽힌 종목들 또한 어김없이 급락했다.

대표적인 문재인 테마주로 꼽힌 우리들휴브레인은 선거 다음날 장중 한때 3,7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선거의 당락(當落)과 관계없이 주가는 '낙(落)' 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6~19대 대선의 정치테마주 평균 누적비정상수익률(CAR)은 선거 직전과 직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선 5거래일 전에는 -1.14%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대선 5거래일 후에는 -7.70%로 낙폭을 키웠다.

왜 개인투자자만 당할까



주가 급락 과정에서 손실을 떠안는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이다.

테마주를 움직이는 세력들은 일명 '상한가 굳히기' 등의 방식을 통해 시세를 조종한다.

거액의 자금으로 종가를 상한가로 만들고 매수 대기 물량을 쌓아둔 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 주식을 전량 매도해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실적이나 성과에 관계없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예측해 매수·매도 시점을 맞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4월 총선과 관련해 정치테마주를 집중 감시하고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으면 신속히 조사할 방침이다.

'테마주 모니터링시스템'을 활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통한 풍문 유포, 주가 이상 급등 현상을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