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공습 사망으로 미국에 '가혹한 보복'을 예고한 이란 정부가 어떤 대응 옵션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이란이 자국 동맹 세력을 동원해 중동 지역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안에서 사이버 공격까지 다양한 보복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물론 전면적인 군사 보복에 나설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첫 번째는 역내 동맹 세력을 통한 맞대응이다.
대표적으로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이용해 중동 전역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이란과 미국의 주요 접전지로 꼽히는 이라크에서 모종의 움직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AFP통신은 이라크 민병대가 자국 내에 주둔한 미군을 몰아내고 이라크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새로운 국내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탄카도 "현재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에 큰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에서 미국의 연장선으로 간주되는 이스라엘도 보복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란이 또 원유 수송로를 봉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란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원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이 수로를 지나는 미국과 그 우방의 상선을 억류·공격해왔다.
국제유가도 최근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이후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4% 이상 치솟았다.
프랑스의 테러 전문가 장 샤를 브리사르는 "이란이 과거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거나 억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도 실제 봉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평했다.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도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보복 카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그간 서구의 주요 사이버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 능력과 맹목적 충성을 맹세한 '사이버 군대'를 양성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의 안보 전문가 로익 구에조는 이란의 사이버 공격이 댐이나 발전소 같은 산업 인프라에 피해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단전이나 가스 누출 사고 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란의 군사적 대응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이란이 미국이나 이스라엘 또는 사우디의 이해 세력을 상대로 탄도 미사일 발사하는 등 군사적 공격을 감행한다면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다고 AFP통신은 진단했다.
다만 국제위기그룹(ICG)의 나산 라파티 이란 수석 컨설턴트는 이란이 실제로 이러한 위험을 떠안고 미국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ICG 전문가 헤이코 윔먼도 "미국과 이란 모두 직접적인 전쟁보다는 상대국이 물러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기본 전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뉴욕시에 대한 구체적이고 믿을만한 테러 위협은 없다"면서도 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 우리에게 가해졌던 테러리즘은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살해된) 어젯밤 부로 우리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는 미국과 이란 간 사실상의 전쟁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더못 세이 NYPD 경찰국장도 이날 같은 기자회견에서 "지난밤 뉴스로 뉴욕시에서 보게 될 것은 강화된 경계"라면서 특히 민감한 지역이나 주요 시설에 경찰 병력이 더 많이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은 2001년 9월11일 발생한 최악의 테러 악몽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당시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비행기로 뉴욕 맨해튼의 옛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들이받는 테러로 약 3천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미국 이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