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 돌입…25일 회기 종료 시까지 무제한 토론

입력 2019-12-23 22:15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23일 밤 9시 49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들어갔다.

2016년 2월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한 지 3년 10개월 만이자,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입법될 때 재도입된 후 두 번째다.

국회법 106조2항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본회의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 1(99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에게 요구서를 제출하면 시작된다.

한국당은 자당 의원(108명)만으로 회기결정의 건과 패스트트랙 법안, 예산 관련 동의안 등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걸었다.

그러나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의장은 두 건의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한 뒤 의사 일정상 후순위에 있던 27항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기습 상정했다.

이에 한국당은 곧바로 주호영 의원을 필두로 여야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공조로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끝내려면 토론에 나설 의원이 아무도 없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되거나, 재적 의원 5분의 3(177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날 현재 의석수 현황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129명), 바른미래당(28명), 정의당(6명), 민주평화당(4명), 무소속(17명), 민중당(1명) 등으로 여권에 우호적인 의석수를 다 합해도 회기 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지난 11일 시작한 임시국회 회기를 오는 25일에 종료하는 내용의 '제372회 국회(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이 한국당의 항의 속에 의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도 오는 25일 종료된다.

필리버스터가 일단 시작되면 본회의는 '필리버스터 종료'를 선포하기 전까지는 산회하지 않고 회의를 계속한다.



오는 25일 회기가 끝남과 동시에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선거법 개정안은 즉시 표결에 부쳐야 한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자동으로 표결에 들어간다.

앞서 2016년 2월 민주당은 테러방지법 표결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1973년 제도가 폐지된 지 43년 만에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에는 9일간 38명이 토론에 참여해 총 192시간 25분간 진행됐다.

마지막 발언자였던 이종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시간 31분간의 연설로 국내 최장 발언 시간을 갈아치우고 무제한 토론을 마무리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던 1964년 4월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5시간19분 동안 쉬지 않고 의사진행 발언을 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