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재발에 대한 불안감이 낮을수록 사망 위험도 줄어든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2012년 2월부터 2017년 3월 사이 악성 림프종 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 정도와 실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종양학회지'(Psycho-on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암환자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재발에 대한 두려움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3세였고, B세포 림프종 환자가 전체의 75.8%를 차지했다. 전체 환자의 84%가 어느 정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답했고, 16%는 매우 심하다고 호소했다.
재발에 관한 두려움은 예후가 좋은 저위험군 림프종 환자와 공격형 림프종 환자 간 차이가 없었다.
추적 관찰기간(평균 3.1년) 연구 참여 환자 중 37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89.2%가 림프종이 직접적 사인이었고, 나머지 10.8%는 폐렴 등 다른 질환 탓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1천인년(person-years)으로 환산한 사망을 비교하면 두려움 정도가 심했던 환자군의 경우 46.6명, 대조군은 22.3명으로 조사됐다. 인년은 각 개인의 서로 다른 관찰기간을 합한 개념이다.
이를 토대로 상대적 위험도를 계산했을 때 사망 위험은 두려움이 큰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5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다고 알려진 저위험군 비호지킨성 림프종 환자의 경우에는 재발에 대한 심한 불안감을 가진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상대 위험도는 6.8배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큰 환자들이 전반적인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지표화했을 때 두려움이 큰 환자는 평균 64.3점인 반면 대조군은 71.9점이었다. 이 밖에 신체, 인지, 정서, 사회적 기능도 재발 두려움이 큰 환자군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김석진 교수는 "암 치료 성적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암에 대한 환자들의 두려움은 여전하다"면서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충분한 교육을 통해 이겨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에게 마음의 건강이 몸의 건강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힌 연구"라며 "앞으로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중재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환자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