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떠나는 거인들...남겨진 숙제

입력 2019-12-11 11:08


세계경영과 탱크주의로 요약되는 우리 경제의 1세대 경제인 가운데 1명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대우그룹과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를 회고하는 많은 이들이 그의 별세 소식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했던 '세계로 나가자'는 김 전 회장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동구권에서 사회주의가 몰락하자 이를 기회로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수많은 '전설'도 만들어졌다.

단군이래 최대의 부도로 불리던 대우그룹 해체의 공과는 차치하더라도 그는 확실히 한 세대를 풍미했던 '모험가'였다.

지금도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대우'의 흔적처럼 '소규모 개방국가'가 살아남는 방법은 여전히 바다 건너에 있음을 우리 대다수가 인지하는 것은 어쩌면 그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김 전 회장이 세상을 등졌던 비슷한 시각 미국에서도 또 한 명의 거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냈던 폴 볼커.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중단선언과 오일쇼크로 미국의 물가가 폭등하자 볼커는 거침없는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잠재웠다. 그의 별명이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

물가는 잡았지만 높아진 금리에 부담을 느꼈던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연임을 재가하지 않았고, 의장직 수행은 4년에 그쳤다. 타협을 모르는 '원칙주의자'는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월가에서 볼커의 영향력은 21세기에도 이어질 정도로 미국 금융권의 대부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미국 은행권의 공격적인 트레이딩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볼커룰'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2014년 한국경제TV가 주최한 세계경제금융포럼(GFC)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던 볼커 전 의장은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을 보면서 의욕이 너무 앞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현실은 엄청난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상호의존성이 심화된 세계에서 국제자본의 이동과 변동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외부 요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면서 중심국이 아닌 주변국 한국이 외부변화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조언하기도 했다.

이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로 갈등하는 우리의 현실을 두 거인이라면 과연 어떻게 해쳐나갔을까 떠올려본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발상을 전환하는 유연함과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지키는 용기는 우리 앞에 높인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