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 때는 안 하더니”...정부, '뒷북회의' 논란

입력 2019-12-09 17:36
<앵커>

정부가 오늘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건 대외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변동성이 더 커지면 컨틴전시 플랜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증시 불안이 가중된 뒤에야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는 지적과 함께, 진단도 시장의 우려와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7일부터 이달 5일까지 21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팔아치운 금액만 5조 원이 넘습니다.

2015년 12월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4년 만에 최장기 순매도 기록입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대내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된 원인으로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을 꼽았습니다.

<인터뷰>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최근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확대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MSCI 지수 조정이 중첩된 데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오락가락한데다 MSCI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기업 비중이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됐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지난 5월과 8월에도 MSCI 조정이 마무리되고 미중 갈등이 완화하면서 외국인 주식자금 흐름이 안정됐다면서 미중 협상 전개 등 대외여건 변화를 차분하게 지켜볼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 달째 이어진 외국인의 이례적인 매도세를 놓고, 외국인이 한국증시를 외면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뻔한 진단만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증시의 상대적 부진은 대외환경 외에) 대내적인 요인도 외국인들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률도 빠르고, 규제완화 속도도 느리다보니까 이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회의를 연 시점도 논란입니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며 시장 불안이 가중될 때는 손 놓고 있다가, 지난 주 금요일 외국인이 오랜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진정 기미가 조금 나타나자 뒤늦게 회의를 열었다는 겁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심리적 지지선인 코스피 2100선이 무너졌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시장 방어 의지를 선제적으로 밝혔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정부는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말라며 미중 무역협상 전개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컨틴전시 플랜, 비상계획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조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