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아야 할 곳이 징계를 한다는 게‥"
대규모 원금손실 논란을 빚은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간부의 고백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내일(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종합방안을 발표한다.
금융회사의 DLF 등 일부상품 판매 제한, 내부통제 강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위규 사항은 엄중히 조치하고, 신속한 분쟁 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DLF 판매 은행 징계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태의 책임을 금융회사에만 묻는 분위기다.
9월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판매된 DLF는 총 3,535건, 7,626억 원어치다.
대부분 원금 손실이 확정됐거나 원금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수많은 투자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판매 은행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주장한다.
그럼 과연 금융당국의 책임은 없을까? 오히려 더 큰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금융위-금감원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에 DLF 분쟁조정 민원이 처음 접수된 건 지난 4월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자랑하던 미스터리쇼핑(불완전판매 암행평가) 제도는 작동하지 않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감에서 DLF 민원 건에 대해 "7월 경 인지했다"고 답했다. 금감원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3개월 동안 DLF는 추가로 판매됐다.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지만 금감원이 오히려 사태를 키운 셈이다. 때문에 금융위는 금감원을 탓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와 금융회사 관리감독이 주 업무인 금감원이 업무수행을 제대로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이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상품) 사태 재조사 처리에 집중하느라 DLF에 신경을 못 썼다"고 설명했다.
특히 7월에 DLF 민원을 인지한 윤 원장은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한달 뒤인 8월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석헌 원장과 최종구 위원장이 불편한 관계였다"며 "금융위원장 교체 이후 다시 관계가 회복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태 책임의 화살이 모아지자 금융위로 부랴부랴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편법적으로 '사모펀드 형식'으로 판매됨에 따라 투자자 보호장치가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여 발생한 사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책을 입안하는 금융위가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DLF 사태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있는 금융당국이 내부정비도 없이 금융회사만을 징계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이번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금감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들이 비리 의혹으로 낙마한 가운데 신뢰 회복이 절실한 금감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DLF 판매 은행이나 투자자들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