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여행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경기침체에 더해 외부 악재가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한여름 성수기에 분위기가 납덩이처럼 가라앉았다. 업계 내부에선 '최악의 위기'라는 말이 들린다.
일본행과 홍콩행 여행 수요가 급감한 데다 대체 수요 발굴도 어려워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불붙인 일본 여행 보이콧으로 국내 주요 여행사들의 일본행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주요 여행사의 일본 여행 수요는 일제히 격감했다. 체감상 신규 여행객은 없다는 게 공통된 전언이다.
하나투어는 8, 9월 예정된 일본 여행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80%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이나 가정 등 문제로 꼭 가야 하는 경우를 제외한 순수 여행객은 거의 없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8월 이후 신규 예약과 취소 건수를 합친 여행객 순증감 수가 일본의 경우 '제로(0)'라고 밝혔다. 신규 예약이 거의 없고, 그나마 있던 예약도 다 취소되는 바람에 실제 여행객이 없다는 뜻이다.
모두투어는 9월 초 추석 연휴 일본 여행 예약 건수도 지난해 추석 연휴 때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일본 여행 예약 취소가 7월부터 늘다가 이제는 취소도 없고 신규 예약도 없다"며 "이미 빠질 만큼 빠져서 더 빠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여행자들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격화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홍콩도 멀리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홍콩 시위가 본격화하면서 최근 홍콩 여행 수요가 예년보다 30% 상당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최근 홍콩국제공항 시위대 점거에 따른 항공편 무더기 결항으로 위험 체감지수가 올라가고, 중국의 무력개입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여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비율이 치솟고 있다.
노랑풍선은 9, 10월로 예약했던 홍콩 여행객들의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노랑풍선 측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있어서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의 고심은 이런 상황에서 대체 수요 발굴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의 경우, 최근 중국 항공 당국이 향후 2개월간 중국 전 노선에 대해 신규 취항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업계는 경기침체와 환율상승 등 구조적 상황이 더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에 민감한 여행업의 특성상 경기만 좋으면 어떻게든 대체 수요 발굴이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부진하면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년 전 중국 '사드 사태' 때에는 전체적인 경기가 좋았던 덕분에 중국 여행 수요가 다른 곳으로 대체되면서 업계가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악재들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경기도 좋지 않아 완전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당면한 문제들이 금방 풀릴 것 같지도 않다. 2분기 실적도 부진했는데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