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까지로 예정됐던 현장실사에 실패한 대우조선해양이 또 하나의 암초에 걸렸습니다.
2006년부터 6년간 재임했던 전 최고경영자(CEO)의 분식회계 혐의를 대법원이 무죄로 판결했기 때문인데요.
이미 대우조선해양의 과거 사업보고서들은 감독당국의 조치에 따라 수정 공시되어 있어 향후 대우조선해양 실사에도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배성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대법원은 대우조선해양 전임 최고경영자(CEO)에게 징역 5년형을 확정했습니다.
다만 2009회계연도 영업이익을 부풀렸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 사장이 실행 예산을 줄이긴 했지만, 이를 '분식회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문제는 2년 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대우조선해양 사업보고서가 이미 수정됐다는 점입니다.
수정 공시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2009년 영업이익은 6,675억원에서 3,567억원으로 3,000억원 가량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대우조선해양의 사업보고서는 2009년부터 재수정 해야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게 됐습니다.
결국 증선위와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인데, 이러한 혼란이 빚어진 데에는 당시의 이례적인 수사 순서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최근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 보듯 분식회계는 보통 금감원과 증선위가 먼저 인지·조사한 뒤에 검찰 고발로 이어지는데,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역으로 검찰 수사 후 금감원과 증선위가 뒤따라간 구조였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2015년 말 대우조선해양 수사에 착수했고, 금감원은 2016년 초부터 감리에 들어갔습니다.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은 "검찰 수사 종결과 비슷한 시점에 맞춰 감리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비전문 기관의 선 결론을 전문기관이 따라간 셈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아무리 검찰이 어느 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금융당국이 그대로 그 부분을 추종하듯 가는 것은 향후 조심해야한다…."
일단 금감원과 증선위는 분식회계를 둘러싼 대우조선해양의 행정소송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금융감독당국 관계자
"금융위·증선위 조치는 나간 상태고 그에 따라서 수정조치가 된 상황인데. 다시 그에 대해서 회사가 행정소송을 제기를 했잖아요. 그 행정소송 결과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처럼 대법원과 금감원의 판단이 갈리면서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여러 분야의 후폭풍이 예측됩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소액 주주들이 "분식회계로 피해를 봤다"며 낸 민사 소송 가액은 모두 합쳐 2,000억 원 규모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회사도 회계장부를 다시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실사에도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