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 文대통령의 세번째 입

입력 2019-05-29 16:16
수정 2019-06-05 14:31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얘기다. 박수현, 김의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세번째 입이다. 임명 당시 '첫 여성·최연소 대변인'이란 수식어가 붙은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그런데 대변인을 맡은 지 한달 정도 지났지만 긍정적 평가가 대다수다. 타고난 인품과 특유의 소통 능력으로 청와대 안팎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신임도 여전히 두텁다. 길지 않은 임기를 기록한 전임 대변인들과 달리 고 대변인은 장수할 수 있을 지가 관심이다.



# 고민정, 靑-언론 소통 유일 창구‥강인함·따뜻함 겸비

고민정 대변인은 청와대와 언론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청와대 언론대응 창구를 대변인으로 일원화하면서 고 대변인이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다. 4월 25일 청와대 대변인 임명 당시 '첫 여성·최연소 대변인'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파격발탁'이었다. 청와대 안팎에선 고 대변인 임명을 두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KBS아나운서 출신인 고 대변인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북 콘서트 사회를 맡았다. 문 대통령의 '인재 영입 1호' 인사로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거쳤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부대변인으로 발탁, 청와대에 들어와 부대변인을 맡았다. 지난 2월 선임행정관(2급)에서 비서관(1급)으로 승진한 데 이어, 두달만에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문 대통령과는 경희대 동문이기도 하다. 만 40세 나이로 고속승진한 배경은 단연 업무수행능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 대변인은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성품으로 정무적 감각은 물론 전달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워낙 소통을 중시하는 만큼 대변인의 역할은 끝이 없다. 대변인은 대통령에 대한 애정 없이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사실상 업무수행이 힘든 자리다. 고 대변인은 대통령의 국내외 일정을 함께 소화할 뿐 아니라 각종 청와대 회의에도 참석하면서도 기자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부대변인 시절부터 과중한 업무로 지칠 만도 하지만 항상 밝은 모습이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그만두면서 "치아 전체가 아프다"라고 말할 정도로 대변인 업무가 고강도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고 대변인은 강인한 체력과 동시에 따뜻한 품성을 겸비하고 있다. 2005년 조기영 시인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두 아이의 엄마'로 부터 나오는 따뜻함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응대할 때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임 대변인들과는 결이 다른 소통 능력이다. 고 대변인이 대변인으로 근무한 지 불과 한달 정도 지났지만 그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대변인 역할을 100%, 아니 200% 이상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초심 잃지 않으면 文정권 최장수 대변인 가능성 높아"

고민정 대변인은 지난달 임명 당시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논쟁보다는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대변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임명소감을 밝혔다. 또, "박수현 대변인의 '언론과의 넓은 소통', 김의겸 대변인의 '명확한 전달'을 본받겠다. 하루 최소 한번 춘추관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했다. 지금까지 고 대변인은 매일 춘추관을 찾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사회적 현안이나 이슈에 대해 갈등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고 대변인을 임명하면서 "내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있고 당당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정치경험이 없는 고 대변인을 청와대로 부르면서 특별한 자리를 맡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고 대변인은 1급 고위직 공무원이 됐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자리에 취해 오만해지거나 욕심을 부려 실수를 저지르는 공직자들을 국민들은 적지 않게 경험했다. 하지만 고 대변인은 다르다고 믿고 싶다. 고 대변인은 부대변인 시절 사적자리에서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청와대를 떠날 경우 방송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내년 총선으로 청와대를 빠져 나가더라도 고 대변인은 꿋꿋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본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9개월(2017년 5월 ~ 2018년 2월), 김의겸 전 대변인은 13개월(2018년 2월~2019년 3월)이 재임기간이다. 약 1년 정도 근무하다가 청와대를 나간 셈이다. 문민정부(김영삼 정권) 이후 26명의 대변인이 있었는데 평균 재임기간이 약 1년(376일) 정도에 그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남았다. 고 대변인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권 최장수 대변인으로 기록되는 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의 세번째 입이 아니라 마지막 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