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건강식품이 최근 20~30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건강식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캐주얼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건강식품이라는 개념을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은 바로 태웅식품 장현주 대표이다.
장현주 대표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혁신’으로, 한 자리에 안주하게 되면 기업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1997년 태웅식품 공장장으로 입사하여 2011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장 대표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사업 방식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부친 장준웅 회장이 1981년 설립한 태웅식품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OEM 상품의 비중이 80를 차지했으며 제품군도 건강기능식으로 한정돼 있었다. 장 대표는 대기업 납품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태웅식품만의 맛을 보여주자는 다짐을 했다. 현재는 기존 주력 상품이었던 홍삼 외에 커피와 에이드 등 일반 음료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가 눈을 돌린 새로운 판로는 바로 젊은 사람들이 흔히 드나드는 편의점이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제품들을 개발했고, 현재는 다양한 인기 상품들을 납품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장 대표는 아무리 장난스러운 아이디어라도 경청하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기업은 인격체와 같은 존재이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정신”이라는 것이 선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태웅식품의 핵심 가치라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특히 태웅식품이 홍삼 제품에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최대, 최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생산 설비에 있다. 1983년도에 독일에서 수입한 농축기계는 당시 테헤란로에 위치한 빌딩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들였다고 한다.
식품을 다루는 만큼 재료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커피의 경우 열대우림 동맹 인증 마크를 단 원두만을 사용하는데, 일반 원두를 쓴다면 원가 절감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적 가치를 담은 좋은 제품을 만들 책임도 생각해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신념이다.
다만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건강식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한다는 낯선 발상이 받아들여지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결국 편의점이 원하는 상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커피로 납품을 시작, 일반 음료로 종류를 늘려갔다.
업계에서는 그의 이런 행보를 두고 다소 과격하다(?)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여성이 기업 하나를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철저한 내부 관리와 영업 부문 관리를 통해 작지 않은 성과를 거둬왔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주요 거래처인 영진 GNF의 채성태 대표 역시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며 장 대표의 과감함을 높이 사고 있다.
장 대표의 혁신은 건강식품 포장에 캐릭터를 그려 넣는 등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사원 기숙사를 1인실로 신축하는 과감한 투자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드러난다. 그는 “직원들로 하여금 가족들이 인정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인 기숙사 신축을 밀어붙인 이유도 하루 종일 회사에서 지내는 직원들이 쉴 때라도 마음 편히 지내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심 때문이다.
장 대표의 일정에는 현장 체크도 빠질 수 없다. 실제 생산 당시 시음한 제품과 유통과정을 거쳐 점포에서 팔리는 상품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도 직접 조사에 나선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경영을 이어갈 수 없으며 새로운 방향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항상 강조하고 있다.
장 대표가 많은 수고와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이름을 걸고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이다. 대표 취임 당시 OEM 상품의 비중이 거의 대부분인 것을 확인한 그는 “이러다가 우리 회사의 이름이 묻히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한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벌어들이는 OEM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당장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기업 경영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직원들이 자칫 회사의 미래를 걱정해 이탈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자체 생산이 가능한 농축기가 원가 부담을 줄여 주면서 OEM 중단으로 인한 리스크는 말 그대로 기우가 됐다. 장 대표는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으며, 10~20년 이상의 비전을 봐야 사업의 미래가 보인다”고 말한다.
또 그가 말하는 혁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는 데서 나온다. 홍삼 제품을 런칭할 때에도 건기식이 젊은 층의 취향에 맞지 않는 부분 등을 분석, 이를 개선할 방안에 초점을 두었다. 아울러 혁신이란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완성된다고 장 대표는 강조하고 있다.
한편 태웅식품의 슬로건은 ‘자연에 가깝게 더 가깝게’이다. 지금은 시장의 요구에 따르고 있지만 점차적으로는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비전이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경영컨설팅사업부 천소영 팀장은 “기성 세대와 현 세대를 아우르는 태웅식품의 혁신은 향후 세대의 일자리와 먹거리를 창출하는 힘이 있다”며 그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한편 장 대표가 말하는 인재상은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빛나는 비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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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경영지원본부 이사 이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