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슈베르트 앨범(2013년) 이후 6년 만에 [쇼팽: 녹턴 전집] 앨범을 발매한다. 지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은 통상적으로 배치하는 작품번호 순서가 아닌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배치했다.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소리였다. 베토벤이나 프로코피예프 곡의 경우 소리를 만들어서 피아노로 연주해야 하지만 쇼팽의 곡은 피아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소리와 울림을 연주하여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대중들에게 친숙한 녹턴은 쇼팽의 음악을 접하게 되는 시작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정수이기도 하다. 녹턴의 선율은 쇼팽을 매료한 동시대의 이탈리아 오페라의 명가수들의 구사한 콜로라투라와 벨칸토 창법에 따른 가창을 흉내 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백건우 특유의 박자 감각은 그의 예술성을 보여준다. 백건우가 취한 박자는 다른 대부분의 녹음보다도 느리므로 표준적인 녹턴 연주 시간보다 몇 할이 더 길다. 느린 박자의 곡을 원래의 박자보다 더 느리게 연주하는 것은 음악적으로 표현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지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백건우는 이를 해냈고 느려진 녹턴 속에서 표현되는 소리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이 앨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앨범의 내지글을 담당한 음악평론가 다카쿠 사토루는 “그의 녹턴의 연주에서 들리는 레가토는 완벽 그 이상이며 피아노에 의해 표현되는 벨칸토는 녹턴 녹음 사상 최고의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기술과 표현력의 뒤에는 음악가로서의 백건우가 쌓아 올린 모든 시간이 숨을 쉬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음악평론가 레미 스트리커는 “마리아 칼라스만이 가능케 했던 벨칸도가 백건우의 피아노 연주를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쇼팽이 추구했던 궁극적인 목표는 소박함이라고 한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수한 음을 연주해야만 비로소 소박함이 눈 부신 빛을 얻고 그것이 지고한 예술을 추구한 증명이라 이야기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이 지고한 예술을 추구하고 있는 이 시대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 중의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