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투자' 10조 돌파…남북경협주에 몰렸다

입력 2019-02-28 17:23
수정 2019-02-28 18:42


현지시간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남북 경협주 등 북한 비핵화 수혜주에 빚을 내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현재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0조 4천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사상 유례없는 폭락장을 맞이한 10월 말 9조8천억 원 이후 최대치 수준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렇게 빌린 자금을 개별 종목의 신용 잔고율로 추적해보면, 전체 거래량 가운데 신용융자 상위 종목을 남북경협주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용잔고율이란 해당 주식의 상장주식수 대비 신용 통해 매수한 주식의 비율을 말합니다.

농기계 생산업체이자 대북 관련주로 분류되는 아르아텍은 전체 거래액 신용거래잔고율이 12.06%로 상장 종목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는 기술을 보유한 오르비텍의 신용거래잔고율은 11.79%, 국내 대표 철도주인 대아티아이는 10.42%로가 뒤를 이었습니다.

아시아종묘는 9.52%, 좋은사람들은 9.20% 등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신용거래잔고율 상위에 포함됐습니다.

투자자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 합의와 종전 선언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에 이들 종목에 빚을 내 투자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주식투자에서 신용거래융자는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상승장에서 수익을 높일 수 있지만, 주가가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에 따른 손실을 입게 됩니다.

보통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치가 평균 대출금액의 140%를 밑돌면, 해당 증권사에서는 그 차액만큼 강제로 매도합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결렬에 따라 전날보다 39.35포인트, 1.76% 내린 2,1985.44에 장을 마쳤습니다.

남북 경협주 중에는 아난티가 25.83% 급락했고, 신용융자 비율이 높았던 좋은사람들은 -25.43%내렸습니다.

이 밖에 도화엔지니어링 -23.68% 등 20% 이상 급락한 종목이 속출했고, 대아티아이(-21.57%), 신원(-21.15%), 대동스틸(-20.18%), 문배철강(-15.16%) 등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남북간 경제 협력과 개발을 통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종목들을 신용융자로 투자한 경우 원치않는 손실을 떠안게 된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이틀째인 이날 예정됐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하고 일정을 그대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합의도 이르지 않고 끝내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고,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지만 서명해서는 안됐다"며 남은 일정을 취소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음달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의 불확실성, 영국의 브렉시트, 중국 경기 부양책 등 시장의 변동이 확대될 이벤트가 남아있다"며 "신용융자를 통해 단기간 투자차익을 노리는 거래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