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설날(2월 5일) 개봉되는 영화 <시인할매>(프로듀서 배영호, 감독 이종은)는 한글을 늦게 배운 후 시(詩)를 쓰는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리 탑동마을 할머니들 이야기다. 헐리우드 스타일로 대단한 스토리나 영상 효과가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이 빛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순수함의 치유효과에 오타쿠들이 주목한 대표적 콘텐츠로 '치유계'장르가 있다. 소위 모에요소(癒し系)라 불리는 것들이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위로받는 속성의 콘텐츠를 일컫는다. 일본에서는 동영상 뿐 아니라 뉴에이지 음악이나 명상 요법등 보다 폭넓게 사용된다. 치유계 캐릭터들의 특징으로 천연스런 순진함이 자주 거론된다. 치유계 캐릭터들을 보며 '정화'작용을 느낀다는 것이다. 바로 <시인할매>에 나오는 일곱분의 곡성 할머니 시인들과 일치하는 캐릭터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언급한 카타르시스 작용과 유사하다.
한국에서 '치유계'장르의 원조격으로 언급되는 콘텐츠는 애니메이션 아리아(ARIA)가 있다. 아리아의 콘텐츠적 속성으로 세가지가 언급된다. '일상의 새로운 발견', '옛 것에 대한 그리움', '깔끔한 화면과 배경 묘사'가 그것이다. 휴먼다큐 <시인할매>는 이 세가지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작을 맡은 배영호 프로듀서는 "시(詩)는 학식이나 재능보다 세월에도 때 묻지 않은 동심(童心)같은 순수함이 쓰는 것이란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혼자 가서 함께 울기 좋은 영화"라고 작품소개를 대신했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순수함'은 이런 이들을 위해서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울어도 울어도 가슴속에 모래바람만 푸석한 이, 스스로가 미워 보이는 이, 스스로가 바보 같아 보이는 이, '백성'이나 '민중'이란 단어에 점점 실망해 가는 이, 잊을만 하면 "순진해"나 "나이브해"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 혼밥이 점차 편안해지는 이(비록 그것이 최신 트렌드라 해도), 기도할 때 조차 직장 상사 목소리가 들리는 이, 나를 남들이 항상 욕하는 거 같은 이, 그래서 남들이 그냥 미워 보이는 이, 페이스북에 올릴 이야기나 사진이 별로 없는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동심(童心)'이 푼수처럼 날뛰는 이.
네이버TV에서 '시인할매'를 치면 동영상 예고편을 볼 수 있다.(사진=스톰픽처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