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인도 SW상생협력센터 : 김효근 센터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인도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기업들을 위해 주기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생경해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인도 IT 시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인도 진출 기업 지원 프로그램 'K-ICT Bootcamp India'은 무엇인가? 인도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과 개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나도 인도에 도착해 계좌를 개설하는 데만 3개월이 걸리더라. 인터넷을 시작하는 데는 한 달이 걸렸다. 일단 잘 모르니까. 낯선 환경에서는 사무·거주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도 힘들다. 또 이 모든 게 해결됐다고 해도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자산을 확보하려면, 방황하다 몇 개월이 지나기 쉽다. 쉽게 말해 'K-ICT Bootcamp India'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겪을 현실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지원을 받을 수 있나? 인도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부터 법인설립을 지원해 현지 정착할 때까지 도와준다. 구체적으로 사무공간 및 기기, 숙박, 문화시설, 인도 비즈니스 문화 제도·시장 교육(현지 기업 견학 포함), 협력 네트워크 연결, 현지 법인 설립 지원을 한다. 여기에는 비즈니스 정보를 수집하고 협력 기업과 투자자 등 전문가를 소개해주는 것도 포함된다. 예컨대, 인도 내 글로벌 VC들과 인큐베이터들과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주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준다. 인도에서 기업을 런칭할 때 매우 유용할 것이다. 물질적인 지원 외에도, 정부가 기업들과 같이 간다는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도 기업에는 힘이 될 거다. 낯선 곳에서 같이 고생하고 옆에서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지 않을까.
프로그램 비용은 대략 얼마인가? 무료다. 개인이 방금 언급한 모든 지원 요소를 스스로 해결하려면 최소 천만 원 이상 비용은 든다. 성공 확률도 높지 않을 거다. 공공기관에서 20년 재직하면서 인큐베이팅 센터장으로 있을 때, 가장 보람됐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움을 바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따로 있나? 따로 자격은 필요 없다. 인도에서 하고 싶은 구체적인 사업 제안서가 있다면 법인이든, 개인이든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단, 제한 요소는 있다. 과거 정부 사업을 받은 후, 제재에 있는 사업체는 제외된다. 자본금도 없어도 된다. 신청서를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1기/ 2기로 나눠 신청자를 모집한다. 1기 신청은 5월 25일에 마감됐지만, 1기가 끝은 아니다. 우선순위 후보를 선정해 2기도 뽑는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3개월 동안 인도에 체류한다. 기간을 연장해 최대 6개월까지 인도에 체류할 수 있다.
국제 센터가 인도 외 다른 나라에도 있나? 센터 이름은 조금 다른데 미국(실리콘밸리), 싱가폴, 베트남, 인도 이렇게 네 나라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국제 센터들이 있다. 인도를 제외한 국가들에는 '아이티 지원 센터'가 있고, 인도는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고 국내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하고 있으므로 서로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SW상생협력센터'를 지었다. 인도 센터는 2015년에 지어졌는데, 인도를 신흥시장이라 판단해 매년 1억 7천만 원 정도의 비용을 투자해 저돌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인도 디지털 콘텐츠 사업 시장에 대한 전망은? 인도에서 TV를 시청할 때,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틀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채널은 많지만 정치·사회 프로그램에 편중되어있고,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영화 분야도 마찬가지다. 물론 발리우드가 유명하지만, 흥행작들 외에는 묻히는 분위기다. 모바일 시대로 들어서면서, 인도 사람들은 일하면서도 모바일 영상과 SNS를 늘 켜놓고 있을 정도로 웹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때문에, 웹드라마나 MCN 영상처럼 일상생활과 가까운 콘텐츠가 인기다. 특히,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 BIGO LIVE는 인기가 많다. 인도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V LIVE , 티비텐플러스 같은 개인 방송의 성공 가능성은 크다. 음악, 뷰티, 음식 등 다양한 일상 콘텐츠의 매력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거다.
20년 넘게 공공기관에서 콘텐츠 사업 영역을 맡아왔다. 인도 내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국내 콘텐츠를 꼽자면? 인도 내 모바일 유저가 올해 상반기 6억 명 정도 되는데, 그들이 각자 어떤 콘텐츠에 꽂힐지는 사례가 충분치 않아 예측하기 힘들다. 사실, 인도 내에서는 'K-팝 정말 뜨겁더라!'라고 말할 정도의 한류 열풍은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만났던 젊은 친구 중 몇 명 은 한류에 대해 잘 알고 있더라. 분명 가능성이 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화인데, 인도에 거주할 때 아내가 이웃 아주머니에게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줬던 일이 있다. 며칠 후, 그 아주머니는 "왜 나에게 이런 드라마를 추천해주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아내에게 하소연했다. 사랑, 가족, 민족 등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이 재밌다며. 젊은 새댁들은 한국 드라마가 미묘한 감정선을 잘 표현한다고 극찬하더라. 만약 온라인상에서 한 작품만 인기몰이를 한다면, 한국 드라마가 줄줄이 주목받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 디지털 콘텐츠, 인도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가능성이 보이는 것에 집중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거다. 단지, 한국 기술만큼은 감히 최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국내 모바일 게임만 해도 PC 게임만큼 수준이 높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특화된 모바일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바로 그런 기술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과거에는 온라인상에서 소비를 하는 일이 흔치 않았던 인도 유저들이 최근 '현질(현금으로 게임 캐시를 충전하는 것)'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액 결제 시스템도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연말 인도 내 디지털 콘텐츠 성장 지표는 분명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국내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해야 할 점은 뭘까? 간단하다. 용기와 행동력이다. 한국 기업들은 인도를 떠올리면 거리감을 느낀다. 사실, '한번 가봐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기도 어렵다. 인도를 시장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조금만 용기를 내고 도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