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부도로 인해 증권사들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당 채권을 공기업으로 평가한 신용평가사들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신용평가사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도록 돼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데요.
어떻게 된 일 인지 방서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문제의 ABCP를 인수한 현대차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들은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당장 2분기 실적에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많게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10배 이상을 손실로 반영해야 하는데, 해당 증권사들은 ABCP의 기초자산이 우량한 공기업이라는 신용평가사의 평가에 의거해 투자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ABCP 발행 당시 CERCG를 지방 공기업으로 분류하면서 A2 등급을 부여했다 20일 만에 C 등급으로 재평가한 나이스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인과 신용평가사 간 약정서에 따르면 유동화증권의 상환불능 등으로 인해 제3자에게 손해가 발행하더라도 신용평가 결과에 상관없이 신용평가사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신용평가사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도 평가 당시 받았던 수수료를 토해내는 정도의 손해배상만 하면 됩니다.
전문가들은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신용평가사의 독자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징금 부과 등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1차적으로 자료의 검증이라든지 제출의 책임은 발행 회사에 있지만 신용평가사와의 관계에서 (책임을 물 수 있는) 법안은 현재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추진된 지 꽤 된 것으로 안다."
일련의 사태를 겪자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볼만 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 법원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신용평가사의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해 왔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이후 증권법 11조의 책임 부담 대상에 신용평가사를 포함시켰습니다.
유럽에서도 유수 기업들의 부정회계 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신용평가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유럽연합지침을 마련했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