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파문, '월드스타' 어쩌다가?

입력 2018-01-23 10:21
러시아 언론 "안현수, 평창 올림픽 선수 명단서 제외"

"'맥라렌 도핑 보고서'에 이름 올라 IOC가 안현수 제외"…러빙상연맹 "아는 바 없다"

'비운의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 사실상 '불명예 은퇴' 수순 밟나

안현수, 모스크바서 '명단 제외' 보도 접해…동료, 의혹 부인



안현수에 대한 스포츠계의 관심이 뜨겁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안현수는 이 때문에 주요 포털 실검에 등극했으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 역시 뜨겁다.

러시아 소식통은 22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안현수 선수가 평창 올림픽 참가에서 제외됐다. 그의 팀 동료인 데니스 아이라페탼,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 등도 출전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소식통은 그러나 안현수 선수 등이 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현지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르트 엑스프레스'도 이날 안현수 선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안현수 선수와 그의 러시아팀 동료 몇 명이 '맥라렌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금지 약물 복용) 실태를 폭로한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 보고서에 안현수 선수와 일부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들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설명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에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위원회가 펴낸 맥라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국 선수 1천 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IOC는 앞서 지난해 12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등에서 자행된 러시아 선수단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 사건을 이유로 러시아 국가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다만 약물 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서 기량을 겨룰 길을 터줬다.

IOC는 최근 자체 패널 검토를 통해 러시아가 제출한 평창 올림픽 참가 희망 선수 명단 500명 중에서 111명을 제외한 389명의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에 관여한 발레리 프루네롱 독립도핑검사기구(ITA) 위원장은 과거 도핑 문제로 징계당한 적이 있는 모든 선수를 명단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IOC는 이 '클린 선수 풀'을 토대로 약물 검사와 도핑 샘플 재조사 등을 거쳐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러시아 선수를 최종 확정, 이들에게 초청장을 보낼 예정이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안현수 선수는 IOC가 작성한 '클린 선수 풀'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IOC 공보실은 이날 안현수 선수 출전 배제 사실 확인 여부를 묻는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질문에 "관계자 보호를 위해 특정 사안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면서 "조만간 초청 (러시아) 선수 명단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빙상연맹 회장 알렉세이 크라프초프는 "안현수 선수 출전 배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어떤 명단도 보지 못했다"면서 "맥라렌 보고서를 검토했지만, 거기에 안현수 선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한국 국적으로 3관왕,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 국적으로 3관왕에 각각 오른 안현수 선수는 지난 13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8 유럽 쇼트트랙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평창행이 기대됐었다.

안현수 선수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결국 6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쇼트트랙 황제'에서 사연 많은 귀화와 도핑 의혹까지, 선수로서 정상 등극과 추락을 모두 경험한 안현수가 결국 불명예를 안고 빙판을 떠나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러시아 국적으로 2014 소치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오른 안현수는 그동안 도핑 의혹에 한 번도 휘말린 적이 없어 한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빙상 팬들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편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까지 겪으며 시련의 시절을 보내던 안현수는 지난 2011년 자신에게 손을 내민 러시아로 국적을 바꿨고 러시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소치올림픽 3관왕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누리꾼들은 여러 차례의 위기를 극복해온 안현수 선수에게 닥친 이번 도핑 의혹은 그의 굴곡진 선수생활에서도 가장 큰 위기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만약 도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면 안현수는 사실상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하고, CAS를 통해 무혐의로 밝혀져도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데 평창올림픽 불참의 충격을 추스르고 선수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안현수는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과 지난해 한동안 국내에 머물며 한국체대에서 훈련했지만 최근 러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현수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