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비트 공포감 최고조...'제천 화재' 예견된 참사?

입력 2017-12-22 08:01
제천화재는 의정부 참사 '판박이'…또 드라이비트가 화마 키웠나

건물 외벽 마감재 드라이비트, 화재에 취약함에도 다중건물에 많이 사용



드라이비트가 제천화재의 화마를 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는 여러 면에서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고, 그 중심에는 드라이비트가 있었다.

드라이비트는 이 때문에 주요 포털 실검에 등극했으며 제천 화재를 접한 누리꾼들의 분노도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 사고 모두 외벽이 없는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필로티 구조의 건물에서 발생했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과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길이 삽시간에 위층으로 번지며 인명피해가 컸다.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날 오후 3시 53분께다. 1층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서 불이 시작돼 위층으로 순식간에 번지며 2∼3층 사우나와 4∼8층 헬스장과 레스토랑에 있던 시민의 피해가 컸다.

이 시간 현재 사망자는 29명, 부상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혹시나 모를 희생자를 찾기 위해 여전히 수색 중이다.

2년 전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도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오토바이에서 불이 시작돼 위층으로 번지며 5명이 숨지고 129명이 다치는 등 큰 피해가 났다.

1층에서 난 불길과 유독 가스가 포함된 연기가 바로 위쪽으로 퍼져 올라가 건물 내에 있던 시민은 1층 출구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정부 화재의 경우 외벽에 불에 잘 타는 소재인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단열 시공이 됐기 때문에 불길이 위층으로 순식간에 번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천 화재 역시 불길이 외벽을 통해 쉽게 위층으로 번진 것으로 보아 외벽이 불에 취약하게 시공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천시에 따르면 스포츠센터 건물 시공 방식도 드라이비트 공법이다.

드라이비트는 공사비가 저렴한 까닭에 다중이용시설 외벽 마감재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마, 불에 약한 외장재 타고 급속 확산

스티로폼에 시멘트 바른 외장용 드라이비트 화재 때 취약

전문가들 역시 충북 제천 화재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데는 불에 취약한 마감재인 드라이비트를 건물 외장재로 썼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화마는 이 건물 1층에 주차된 차량에서 시작됐다. 최초 목격자인 행인은 119로 전화를 걸어 "1층 주차장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신고했다.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이날 오후 3시 53분이었다.

7분 뒤인 오후 4시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는 인명 구조에 나서는 한편 진화에 나섰으나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휘감았고, 수많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화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는 1층이 기둥으로만 이뤄진 필로티 방식의 건물이다. 고객들이 1층 공간에 차량을 주차하고 2∼3층의 목욕탕, 4∼7층의 헬스장, 8층의 레스토랑을 이용한다.

1층에 세워둔 차량에서 '펑' 소리가 나면서 치솟은 불길이 2층의 간판으로 번지면서 삽시간에 번졌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제천 화재를 목격한 주민은 "굉음이 들려 쳐다봤더니 주차장 건물 모서리의 간판에 불이 붙더니 2층 간판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고, '펑' 하는 소리가 3∼4번 나더니 불이 외벽을 타고 위로 번졌다"고 말했다.

제천시에 따르면 이 건물 외벽 시공에는 드라이비트가 쓰였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로 외장재로 쓰이는데, 불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월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쳤던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도 불에 취약한 외벽 마감재인 드라이비트 탓에 불이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제천 스포츠센터를 뒤덮은 화마 역시 많은 양의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며 삽시간에 9층까지 번진 원인이 드라이비트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점에서다.

또 1, 2층에서 확산한 불이 창문과 출입구를 통해 건물 안으로도 번졌고 계단을 타고 9층까지 번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도 드라이비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건물 전체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번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규명해봐야 하겠지만 드라이비트가 불에 취약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드라이비트로 인한 희생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화마는 단란한 3대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화목했던 가정은 한순간에 풍비박산 났다. 홀로 남은 사위이자 남편, 아빠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난 화재로 목욕을 갔던 할머니 김모(80)씨와 딸 민모(49)씨, 손녀 김모(19)양이 순식간에 불귀의 객이 됐다.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외장재를 사용한 건물에선 이와 비슷한 일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드라이비트 제천 화재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