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차단-해상봉쇄' 용어 혼선…軍 "해상봉쇄는 아냐"

입력 2017-12-01 22:38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성명 문구 중 '해상차단'이란 용어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발표한 성명은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WMD(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합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면서 "현존하는 모든 유엔 제재를 이행함과 동시에 북한을 드나드는 물품들의 해상수송을 차단하는 권리를 포함하여 해상안보 증진을 위한 추가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 나온 해상수송 차단은 군사적으로 '해양차단작전'(Maritime Interdiction Operation)을 의미한다고 군 관계자들은 1일 설명했다.

해양차단작전은 대상 국가에 대해 국제적 제재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금지구역을 설정해 출입 선박에 대한 위치 확인, 식별 및 추적, 정선, 항로변경 또는 나포 등을 실시하는 작전을 말한다.

군 관계자는 "해양차단작전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를 이행하는 방안 중 하나"라며 "국제수역에서 유엔 결의에 반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작전 행위를 의미하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는 '금지 품목 적재 의심 선박에 대해 기국(선박 국적국) 동의하에 공해상에서의 검색 촉구,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선박을 적절한 항구로 이동시켜 검색, 공해상에서 선박에서 선박으로 물품 이전 금지(선박 대 선박 이용 이전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양차단작전과 유사한 군사작전으로는 WMD 확산방지구상(PSI)이 있다. 그러나 PSI는 WMD 차단에 국한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해상차단은 마약, 군수물자, WMD 등을 모두 포함하는 등 PSI보다 범위가 넓다고 한다.



반면, 해상봉쇄'(Naval Blockade)는 "적 또는 가상 적국의 해상을 무력으로 봉쇄하여 외국과의 교역 및 통항을 못 하게 하는 조치"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국무부 성명에는 해상봉쇄라는 말이 없다"면서 "해상차단과 해상봉쇄는 완전히 다른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틸러슨 장관의 성명을 놓고 '해상차단', '해상봉쇄'라는 용어를 국내에서 혼용해서 쓰면서 혼선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정부 고위 당국자들마저 용어를 정확히 사용하지 않아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질문에 답한 것도 이런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송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서 거론한 해상봉쇄 조치를 우리 정부 차원에서 검토했고,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을 냈다는 것이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우리 정부가 해상봉쇄 조치를 검토했고 참여하기로 결론을 냈다는 식으로 해석됐다. 정부가 참여를 검토했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최소한 송 장관은 답변 과정에서 '해상봉쇄가 아니라 해상차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구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가 뒤늦게 송 장관의 답변과 관련한 '알림' 자료를 통해 "해상봉쇄작전과 관련한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면서 "국방장관이 언급한 내용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명시된 금수품 적재 선박에 대한 공해상 검색 강화조치의 이행 협력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미국 측에서 '해양차단작전'을 제안해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차원에서 참여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정기적으로 WMD를 적재한 가상의 북한 선박 해양차단작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제주 동방 공해 상에서 해양차단작전 훈련을 했다. 지난달 6일에는 제주 인근 해상에서 한국, 미국, 호주 해군이 WMD 차단을 위한 해양차단작전 훈련을 하기도 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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