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 '급식체 장인'으로 소개되며 유명세를 탄 1인 크리에이터가 있다. '로보트 태권브이'와 '머털도사' 등 고전만화에 자신의 목소리를 덧입혀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재창조하는 더빙 크리에이터 장삐쭈 이야기다.
1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유튜브 페이지에 올라온 콘텐츠가 150여 개에 달하지만 혼자서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장삐쭈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MCN 기획사다.
이필성 대표와 게임크리에이터 도티가 힘을 합쳐 만든 샌드박스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크리에이터 수는 130여 명이다. 다른 대형 MCN회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기 위한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다져주는 회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크리에이터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회사의 네트워크 파트너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선구 팀장에게 샌드박스가 크리에이터들의 등용문으로 불리게 된 비결을 들어봤다.
◇ 비결① "구독자 수 적어도 색깔 명확하면 OK"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크리에이터가 먼저 샌드박스 네트워크에 지원을 하거나 눈에 띄는 크리에이터에게 먼저 영입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어느 통로를 이용하든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과정이 하나있다. 파트너십 팀 내부의 평가다.
김 팀장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구독자 수가 얼마나 돼야 하나를 묻는 질문이 많은데 구독자 수 보다 중요한 건 자기 색깔이 분명한 차별화된 콘텐츠”라고 말했다.
실제 인기 크리에이터로 거듭난 장삐쭈가 대표적인 예다. 유튜브에 올라온 더빙 영상을 본 파트너십 팀에서 영입을 제안했다.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이 5개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창의력과 개성을 보고 영입한 경우다. 또 얼마 전 영입한 ‘총몇명’과 ‘간첩소녀’ 등을 비롯한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구독자 수나 활동기간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김 팀장은 "영향력있는 크리에이터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신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가 들어오는 건 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 비결② 아마추어지만 프로처럼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들에게 3단계에 걸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크리에이터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다. 이 과정은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전반적인 컨셉과 제작 스케쥴을 점검하고, 기획서 작성을 도와준다. 김 팀장은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만드는 일은 중요한 일임에도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놓치는 부분”이라며 “기획서 작성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의 기본적인 틀을 잡아주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초반 교육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기틀이 잡혔다면 다음은 세련된 영상을 만들어내는 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썸네일을 만들기 위해 제목은 어떻게 다는게 좋은지, 어떤 폰트를 사용하고 어떤 색깔을 써야 눈에 잘 들어오는지를 세세하게 점검해준다. 여기에 자신들의 콘텐츠에 수익 모델을 붙이기 위한 시리즈 연재 방향까지도 잡아준다. 크리에이터들이 올리는 영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담당 매니저를 위주로 자신들의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게 된다.
재밌는 점은 교육을 받는 과정이라고 해서 콘텐츠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교육 받은 내용을 곧바로 자신의 콘텐츠에 적용해보고 피드백을 받는다. 다만 여기서 교육자가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에 손을 대는 행위는 금물이다. 창작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 비결③ 크리에이터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는 마인드
샌드박스가 크리에이터 육성에 힘을 쏟는 이유는 단순히 눈앞의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MCN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아직 시장의 불안정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크리에이터가 매력적인 직업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이로 인해 1인 미디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들면 MCN 업체는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1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활용해 수입을 얻는 MCN업체 입장에선 양질의 크리에이터 확보는 사업의 영속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크리에이터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커리큘럼까지 개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팀장은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MCN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크리에이터가 주축이 돼 만든 회사”라며 “앞으로도 회사의 성장은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