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

입력 2017-08-29 12:02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도 '대화'의 발신음을 지속적으로 보내던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응징'으로 돌아섰다.

북한이 29일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 이상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용인할 수 없는 선(線)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독자·양자·다자적 외교수단은 물론 군사적 대응카드까지 전방적으로 동원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의용 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내용을 보고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군은 즉시 F15K 전투기를 출격시켜 MK84 폭탄 8발을 태백 필승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을 했고 미국 전략자산 전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북한의 도발에 강도 높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이번 도발의 수준이 그만큼 엄중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흘 전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을 때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항의하는 연례적인 '저강도 도발'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도발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도발이 UFG에 대응한다는 차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세세히 다 얘기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북한의 의도를) 추정하는 바는 있다"고 대답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대화 국면으로 가면 좋겠지만 그런 상황을 저쪽(북한)에서 만들지 않는다면 여기도 대응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괌 도발' 검토 위협으로 고조됐던 긴장이 다소 완화되는 듯한 시점에 이번 도발이 나왔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단호한 대응을 지시한 배경이 될 수 있다.

이날 미사일 도발 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화를 제의했음에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사실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잇단 북의 도발에도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고 최근에는 미국 정부도 북한의 최근 잠행을 '도발 자제'로 평가하면서 국면전환의 기대감이 커지는 시기였다.

북한이 이번 도발로 우방인 일본 상공을 통과시켜 언제든 괌을 향해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한 것은 역내의 국면전환 분위기를 재차 얼어붙게 했다.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온 청와대로서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확률이 높다.

특히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에는 우리가 운전석에 앉겠다고 한 '운전자론'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됨으로써 '유화 제스처'를 취하던 미국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고 나면 우리 정부가 취할 선택지는 그만큼 폭이 좁아지고 '운전자론'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발생한 미사일 도발에는 더욱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상대로 한 제재와 압박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대화 기조를 강조해 온 청와대지만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도발이 계속되면 대화 가능성이 작아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강력한 응징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략적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한 길로만 갈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전술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있고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도 있는데 그 국면은 계속 요동치며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