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영업비밀 내놓으라는 정부...분리공시제 '속 빈 강정' 우려

입력 2017-07-07 09:01


<앵커>

분리공시제는 정부가 기업 영업비밀을 강제로 공개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영업비밀을 침해하면서까지 시행하려는 제도라면 그만큼 효과가 있어야 할텐데,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소비자 혜택은 미미했던 단통법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분리공시제로 휴대폰 가격을 내릴 수 있다는 도입 찬성론은 그동안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에 거품이 끼어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제조사의 마케팅 비용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출고가를 부풀린 뒤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없어질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특정 기업이 출고가를 부풀려왔음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장을 살펴보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산 휴대폰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동급의 외국산 스마트폰보다 특별히 비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전자의 최고급 모델 갤럭시 S8(32GB)의 출고가는 93만5,000원으로, LG전자의 경쟁 모델 G6(89만9,800원)와 출고가를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3만원에 그칩니다.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아 분리공시제와 상관없는 애플의 아이폰7(86만9,000원)과도 가격 차이는 8% 미만입니다.

제도 취지와 달리 제조사와 통신사의 마케팅비만 줄어들어 소비자 체감 혜택은 미미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단통법과 닮은 모습을, 분리공시제도 보여줄 수 있다는 비판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제조사 지원금이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분리공시제로는 단말기에 가격 거품이 얼마나 끼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제도가 또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시장 투명화라는 미명 하에 기업의 영업비밀인 휴대전화 제조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논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다른 문제점은 마케팅 비용 공개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약화입니다.

국가별로 보조금을 비롯한 마케팅 비용 집행이 다른 가운데 한 국가의 마케팅비가 공개되면 보조금 차등 지급 논란 등 해외 판매전략에 차질이 예상되고, 이는 애플과 중국,일본 경쟁업체의 이득으로 돌아간다는 게 업계의 입장입니다.

정부의 강제 영업비밀 공개와 다름없는 분리공시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남은 절차인 보조금 공개범위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