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이원근 "스킨십이나 베드신은 영화 일부분일 뿐이다" [인터뷰①]

입력 2017-01-04 17:52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익숙한 얼굴이다. 배우 이원근은 2012년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해 '유령' '일말의 순정' '열애' '하이드 지킬, 나' 등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주로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었던 그를 이제 스크린에서 만날 기회가 왔다. 김기덕 감독의 '그물'이 먼저 개봉했지만 먼저 촬영을 마친 건 '여교사'였다. '여교사'가 그의 첫 스크린 작인 셈이다.

'여교사'는 고등학교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와 정교사로 새로 부임한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 그리고 그들의 제자 재하(이원근)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계급문제와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꿰뚫는다. 재하역을 맡은 이원근은 순수한 소년과 영악한 소년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앳된 얼굴에 아이 같은 말투,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를 표정으로 두 여자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여교사'와 '그물'을 비롯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환절기' '괴물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말 감사하게도 첫 영화인 '여교사'를 찍은 후 1년 반 동안 드라마, 영화를 쉬지 않고 찍을 수 있었어요. 특히 '환절기'라는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영광스럽게도 관객상까지 받았어요. 내 자랑을 하는 것 같아서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여교사' 당시 함께했던 관계자가 그 영화를 보고 '그때보다 연기가 훨씬 좋아졌다. 무슨 일이 생긴 거냐?'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작품을 할수록 느끼는 점이 있나.

늘 배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싫은 소리를 들어도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요. 연기를 조금 하다 말 게 아니라 평생 할 예정이기 때문에 질타를 피하고 싶지 않아요. 안주하고 싶지도 않고요. 칭찬만 받아들이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잖아요. 형식적인 말일 수 있지만 나는 끊임없이, 아주 조금이라도 성장해 나가고 싶어요. 만약 대중들이 그런 나를 발견해준다면 배우로서 큰 축복이 아닐까 해요.

영화는 질투, 열등감 같은 감정부터 계급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고등학생 제자와 두 여교사의 치정극으로 보일 수 있다.

노출이나 소재는 사실 '여교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들어가는 문일 뿐이에요. 그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고 갈등이 촉발되는 거지,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여교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간의 질투심은 끝이 어디인가' '열등감은 어떤 일들을 일으키나' 같은 거죠. 관객분들도 유인영 선배님이 연기하는 혜영의 얄미운 미소, 제가 연기하는 재하의 영악함, 김하늘 선배님이 연기하는 효주의 서늘한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열등감과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걸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남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마지막에는 나 자신을 깎아내리게 되잖아요. 속도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려고 하고요. 사람마다 터득할 수 있는 시기나 속도가 다르잖아요. 저는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많이 떨어졌지만 그건 내가 합격한 분보다 모자란 부분이 있기 때문이란 걸 알아요. '그 사람이 나보다 잘난 게 뭔데'라고 질투하는 건 결국 나를 깎아내리는 일이죠.

유인영, 김하늘과 베드신을 촬영했다. 어렵진 않았나.

베드신에 대한 걱정은 없었어요. 그걸 덮어버릴 만큼 극이 훌륭했거든요. 긴장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촬영을 할 때는 선배와 후배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가 쑥스러워하면 그 공간이 차가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당당하게 하려고 했어요. 당연히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지만, 내가 리드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원근에게 '여교사'는 어떤 의미인가.

'여교사'를 기점으로 여러 오디션에 합격했고, 거의 쉬지 않고 여러 작품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특별하고 감사한 작품인 것 같아요. 흥행과 상관없이, 제게는 복덩이 같은 작품이죠. 감사한 분들, 좋은 분들도 너무 많이 만났고요. 흥행까지 하면 더 감사하겠지만요.

관객이 '여교사'를 어떻게 봐주면 좋겠나.

편견 없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이슈가 되는 부분이 있는데 영화를 보면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진 게 아니라는 걸 아실 거예요. 스킨십이나 베드신은 영화 일부일 뿐이죠. 주인공 '효주'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한 인간의 열등감과 질투심을 바라볼 수 있게 되거든요. 그리고 금수저와 흙수저와 관련된 문제들도 현실적으로 와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진=필라멘트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