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파생상품 시장 규모 1.3조달러…10년째 제자리

입력 2016-11-11 06:00
수정 2016-11-11 07:46


우리나라 외환과 장외 파생상품 시장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은 11일 'BIS주관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시장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거래 명목잔액이 1조3,520억달러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 세계 46개국 중앙은행이 자국 은행들의 거래잔액을 집계하는 3년단위 조사로, BIS는 우리 시각으로 11일 1시 이를 동시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거래 잔액은 지난 2007년 1조3,800억달러에서 2010년 1조3,530억달러, 2013년 1조3,228억달러, 2016년 1조3,520억달러로 10년째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생상품 명목잔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금융시장 규모가 커지거나, 거래의 기반이 되는 현물(환율/금리)의 가격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의미입니다.

상품별로는 다소 조정이 있었는데, 외환파생상품은 3년전보다 1,602억달러 증가한 6,599억달러, 금리파생상품은 종전보다 1,152억달러 감소한 6,860억달러로 각각 조사됐습니다.

특히 금리파생상품에서는 '금리스왑'이 1,152억달러 감소하며 상품 잔액 감소를 주도했습니다. 한국은행은 2014년 CCP 중앙청산소가 도입되면서 금리파생상품은 반드시 CCP를 통해서만 거래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글로벌 인증이 늦어지면서 외국인들이 한동안 금리스왑 상품을 이용할 수 없게 돼 거래잔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2015년 이후부터는 CCP가 인정을 받아 금리스왑 상품의 잔액규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명목잔액은 세계시장의 0.25% 수준으로 3년전 0.19%에 비해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 파생시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 아니라, 유로화의 파생상품 잔액 측정방식이 변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은행 황문후 국제국 과장은 "2014년 런던시장이 거래추적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다자간 거래 시 이 잔액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한 건으로 취급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금리스왑의 명목잔액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비중이 증가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실제 세계 금리파생상품 가운데 금리스왑 상품의 잔액은 327조4,450억달러로 3년전보다 112조3,930억달러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환과 금리파생상품 등 세계 파생상품의 명목잔액은 544조520억달러로 종전보다 152조680억달러 축소됐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에 대해 모두 수익과 손실을 시현했을 때 가치를 말하는 '총시장가치'는 20조7천억달러로 3년전보다 5천억달러 늘었습니다. 총시장가치가 늘었다는 것은 현물시장회피 목적의 거래가 늘었다는 의미로, 현물시장의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한국은행은 조사가 진행됐던 6월 말 당시 브렉시트 이벤트가 있었다며 그에 따라 일시적으로 총시장가치가 높아졌을 뿐, 실제로는 감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