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불황형 흑자' 입니다.
수출이 계속 줄어왔지만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수입이 더 빠르게 늘어서 우리 경상 수지의 흑자폭은 계속 커져왔었습니다. 이걸 흑자는 흑자인데 질이 안 좋다고 해서 '불황형 흑자'라고 불렀습니다.
불황형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54개월 연속 경상 수지가 흑자였다는 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단 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죠. 세계적으로 규모 있는 산업국가에서 이렇게 장기간 그것도 한 달에 100억 달러 정도씩 흑자를 내는 나라는 중국, 독일 정도를 제외하면 그리 흔치 않습니다.
질의 문제를 떠나서 장기간의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 원화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고,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이 추세가 계속 된다면 적어도 환차손을 볼 일은 없다는 안심을 줬고, 그 기반에서 외국인의 우리 주식, 채권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 경상수지가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20억 달러를 넘었던 경상수지는 7월에는 86억으로 줄더니 8월에는 55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두 달 만에 절반 이상 줄어든 거죠.
혹 이 추세대로 흑자폭이 줄어든다면 조만간 경상수지 적자로 반전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그럼 왜 이렇게 빨리 우리 경상수지가 줄어들고 있나? 바로 우리 주력 상품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우리 상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한거야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 가운데서도 조선, 해운, 철강 등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취약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되다 보니 그 만큼 수출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대 수출 시장인 대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간재를 수출하면 이걸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을 하는 한-중 간의 일종의 협업 구조가 깨어지고 오히려 수출 시장에서 경쟁자가 되고 있습니다.
8월 들어 상품 수입이 미미하나마 증가세로 반전된 것은 추세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 국제유가의 하락이 1년 전부터 심화됐기 때문에 수입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입의 추세적 감소가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사를 하는데 매출은 줄어도 이익은 늘고 있다면 주인은 불안합니다. 언제 이익도 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된다면 매출도 줄고, 적자도 나는 꼴입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가능성이 있겠지요.
재정 적자에 만약 경상 수지도 적자고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구조조정은 지연된다.
매력은 없고 위험만 도드라져 보이는 경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은 계속되고. 우리 경제의 변화 글쎄요, 우리들만 둔감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방향을 튼 경제, 그 방향 돌리려면 정말 힘듭니다. 어떻게든 그 방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겁니다.
더불어 우리 주식시장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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