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사진=LG 트윈스)
리빌딩의 희생양인가? 아니면 그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일까?
LG 트윈스의 맏형 이병규의 1군 무대 복귀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가 됐을 때부터 조짐은 좋지 않았다. 다만 당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병규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본인도 2군에서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이병규의 모습은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부상으로 1군에서 뛸 수 없는 상황도 아니었다. 또한 기량이 떨어져서 2군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2군이지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군 콜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6월말 부상으로 한 동안 2군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한 달 이상 결장을 하던 이병규는 지난 8월 8일을 시작으로 2군에서도 다시 경기에 나서고 있다. 비록 2군이지만 최근 10경기에서 32타수 12안타 타율 0.375의 녹슬지 않은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양상문 감독은 엔트리가 확대되었음에도 이병규를 찾지 않고 있다.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 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 것은 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병규 기용’에 대해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병규는 리빌딩이라는 감독 방침에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무조건적으로 양상문 감독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리빌딩을 앞세워 선수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결코 옳은 방향이 아닌 것이다.
2015시즌 후 이진영을 보호선수에서 제외, kt로 보냈다. 그리고 남은 베테랑 선수라면 이병규와 박용택, 정성훈 정도였다. 이들이 팀이 재건되는데 전혀 방해되는 인물은 아니었다. 3명의 선수를 제외하면 야수 쪽에서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자원은 거의 없다. 애초에 리빌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야수 자원들은 젊은 선수들 밖에 없는 팀이 LG였다. 올 시즌 붙박이로 기용하는 7번 이병규도 사실 리빌딩과 거리가 멀다. 그도 어느 덧 한국나이로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또한 리빌딩을 외쳤으나 FA를 통해 30대 중반을 넘어선 포수 정상호를 영입했다. 그런데 양상문 감독의 방침이 정상호에게도 적용된 것일까? 정상호 역시 FA로 입단했으나 그의 활약상은 백업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팀의 미래를 위한 리빌딩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수의 기회부터 박탈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현재 LG의 주전 외야수를 제외하고 엔트리에 포함된 좌타자들 가운데 제대로 활약해주는 인물은 없다. 2군에서의 성적도 이병규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날 때 자의보다 타의에 의해서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선수의 은퇴는 선수가 결정해야 한다고 외치며 ‘동등한 기회를 달라’고 외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지도자가 되면 자신들이 당했던 것처럼 그대로 답습을 하고 있다.
이병규는 완전히 한 시즌 동안 투명인간이 되고 말았다. 주전 보장이 아닌 경쟁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행태. 예나 지금이 없어지지 않는 한국 프로야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