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13] 경기 위축 vs 외국인 매수세 강화

입력 2016-08-09 14:34

[증시라인13]

경기 위축 vs 외국인 매수세 강화
박문환 이사 /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미국이 금융 위기를 일으킨 이후, 세상은 지금 8년 째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불황에서 빠져 나가고자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들은 가능한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쏟아 부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영국에서의 통화정책을 보면 TFS 즉 기간 펀딩 프로그램이 눈에 확띄는데요.

아무리 유동성을 퍼 부어도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지 않으니, 대출 성과에 따라 조달 금리를 차별화 하겠다는 정책을 내 세운 겁니다.
은행에 따라 대출의 실적이 크면 클수록 낮은 조달 금리를 적용받게 하고, 대출이 부진하면 조달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일종의 상벌 규정을 둔 제도를 도입했고, 이 바람에 유럽 증시는 기사회생 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TFS를 발표한 것은, 엄청나게 돈을 찍었지만 그 돈들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경기가 호전되지 않았으니까 소비가 늘지 않고, 소비가 없으니 기업들의 투자도 없었지요.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돈을 엄청 많이 찍어냈고, 그 돈들의 일부는 결국 금융자산으로 먼저 몰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그 돈들이 갈 수 있는 곳에 한계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전환되면서 채권 시장에서 실제로 매수할 수 있는 채권이 씨가 마르기 시작한 것이죠.

마이너스 금리라는 것은 채권을 매수한 사람이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한다는 말인데요, 그런 채권을 누가 사겠습니까?
안사면 그만이라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임스 토빈> 이후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채권은 동일한 리스크에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채권 의무 비중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반드시 가지고 가야만 하는데요, 그렇다고 이자를 줘 가면서 채권을 매입할 수는 없으니 결국 이들 돈들은 선진국을 포기하고 이머징으로 몰려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실제로 지난 7월에 이머징 채권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143억 달러 유입되면서 지수를 1.1%P나 끌어 올렸는데요, 이 같은 규모는 역대 최대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 자금이 이머징으로 들어오면 그 나라의 돈으로 바꾸어야만 합니다.
한국의 채권을 사고 싶으면 원화로 바꾸어야만 하고 말레이지아의 채권을 사고 싶다면 링깃으로 바꾸어야만 합니다.
우리네 채권을 사기 위해 원화를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원화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달러 인덱스가 강해지는 상황에서도 이머징 화폐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이것으로 충분히 설명됩니다.

특히 올해 브라질 헤알화의 강세가 두드러지는데요, 엔화가 그렇게 강세를 보였다지만 글로벌 1위의 상승을 기록한 것은 헤알화였습니다.
10% 이상의 이자를 주면서도 달러화 베이스의 외채는 전체 채무 규모에 6%에 지나지 않아 부도 위험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이 크게 유입되었고, 그 이유로 헤알화의 가치가 속등했던 것이죠.
정치적 리스크가 큰 브라질 헤알화가 글로벌 1위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유가 설명됩니다.

그럼 다시 우리나라로 와보죠.
우리나라도 이머징에 속해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매우 높은 이머징이죠.
당연히 외인들은 우리네 채권을 매수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매수할 때 단기채보다는 장기채를 매수하겠지요?
당연히 장기채의 금리는 하락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최근 우리네 채권 시장에서의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간단하게 설명됩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의 투자자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 헤지펀더도 있습니다.
헤지펀드의 절반 이상은 <Absolute return>, 즉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절반 이하는 매크로 글로벌 전략과 같은 위험을 감수합니다. 이를테면 캐리트레이딩과 같은 전략말이죠.

저금리로 인해 해지펀드에 대한 인기가 커지면서 이들 자금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바로 조금 전에 이머징의 화폐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드렸었습니다.
헤지펀더들도 그 사실을 모를 리 없고, 당연히 이들은 이머징 화폐를 매수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는 변변한 외환 시장이 없습니다.
대안으로 삼성전자나 이미 실적 고백이 끝난 조선주 등과 같은 큰 종목을 매수할 수밖에 없지요.
삼성전자와 같은 몇 개의 대형 종목 들이 주로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됩니다.

하지만 개인들은 지금 이런 상황을 잘 모릅니다.
물론 오늘 새벽 우리네 신용등급이 AA로 상향조정되었다지만, 지금까지 신용등급이 올랐을 때 주가가 올랐던 적과 하락했던 적은 거의 절반의 확률로 그다지 중요한 영향을 행사하지 못했었습니다.
즉, 주가 상승이 신용등급 상향과는 무관하다는 말이죠.

그러니 또 박스피에 대한 우려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매도를 할 수밖에 없고, 개인들의 환매 요구는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와 직결됩니다.
외인이 5조 가까운 매수를 함에도 기관들이 파는 이유가 간단하게 설명됩니다.

지구촌에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 유동성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선진국들의 채권이 마이너스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 위한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 유입은 마이너스 금리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화의 강세를 기준으로 잡으십시오.
원화 강세가 유지되는 한, 삼성전자의 독보적인 강세도, 외인들의 우리네 시장에 대한 매수도 역시 유지가 될 공산이 큽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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