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Sudden death 돌연사입니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최근 그룹 최고경영자들을 모아놓고 기존의 SK그룹 틀을 깨지 못하면 돌연사 할 수 있다는 겁나는 말을 했습니다.
회사 생활, 특히 임원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그룹 오너나 CEO가 일종의 군기 잡으려고 위기를 강조하는 경우를 가끔 봅니다. 이런 일들이 너무 잦아지면 또 그러다 말겠지 라는 안이함을 감추고 짐짓 긴장한 척 얼마간 자세를 낮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돌연사 할 수 있다는 경고는 결코 그냥 한번 해보는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그가 SK그룹 계열사들의 PBR이 1이 안 된다는 걸 지적했다는 건 상당히 이채롭습니다. 시가총액을 다 합쳐야 자산 가치 만도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래 성장 가치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대주주로서 최고 경영자들에게 이 얘기를 했다는 건 가장 아픈 곳을 지적한 거라고 봐야 합니다.
SK그룹뿐 아닙니다. 대부분의 우리 대기업들의 PBR은 1이하입니다. 일부 업종의 대표기업들은 0.5%수준에 머물기도 합니다. 우리 증시의 평균 PBR은 몇 년째 0.9에서 1사이에서 요지부동입니다. 미국 같은 선진 시장에는 물론이고 신흥국들에 비해서도 제 값을 못 받고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남북한 분단 상황에서 오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반영되어있다고 합니다만 사실 더 중요한 건 우리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이 그 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래를 선도할 기술에 대한 청사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조선, 철강, 화학 같은 중간재 산업의 둔화가 우리 산업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에 2000포인트만 가면 얻어 맞는 박스피 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브렉시트 여진은 일단 잠복기로 들어간 듯 하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변수는 개선될 여지 보다는 더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더 클 겁니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변하는 길만이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과연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가, 사업의 근본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의 절박함을 공감하는 이유입니다.
삼성그룹에는 이제 대리, 과장 같은 직급은 사라지고 팀장, 그룹장 같은 직책만 남고 대리님, 과정님 같은 호칭도 이제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누구누구님으로 통일을 한다고 하죠. 직급 없애고 호칭 없앤다고 기업이 바뀌겠냐고 시큰둥한 분들도 있습니다만 기업의 현장에 들어가 보면 이 연공서열주의가 얼마나 장애가 되는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가 며칠밤을 세워서 계획하고 협상하고 낸 기획안도 임원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이렇다 보니 아무리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 벌어져도 임원의 재가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그런 조직에 과연 혁신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천천히 데워지는 냄비에 개구리를 넣으면 바로 뛰어나오지 않고 따뜻한 온도를 즐기다 결국 편안히 죽는다고 하죠. 어쩌면 이 개구리의 예는 우리 기업들에게 더 이상 맞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닥치고 있는 환경의 변화가 이제 물이 끓기 시작하는 비등점을 넘어서고 있는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Sudden death, 돌연사란 뜻이기도 합니다만 연장전에서 한번에 승부를 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이 Sudden Death를 잘 통과하기를 그래서 우리 투자자들도 PBR 1.5, 2.0의 시대를 좀 살아보기를 기원해 봅니다.
지금까지 김 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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