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선과 해운 등 부실기업들의 자구안이 잠정 확정되고 채무보증과 선박 사용료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는 등 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대부분 자산과 계열사를 내다팔고 인력과 부채·비용을 줄이는 것에만 치우쳐 있고 성장동력 확충·산업재편은 뒷전이어서 이에 대한 또 다른 우려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빅3’중 2곳의 자구안이 잠정 승인되고 대우조선해양도 이번주 중 추가 자구안 제출과 승인 수순을 밟게 됩니다.
자구안을 보면 보유 주식을 팔고, 호텔, R&D센터, 백화점, 블록공장, 부동산 등 자산 처분에 더해 풍력, 건설장비, 특수선 사업부 등 계열 매각, 인력·비용 감축 등이 주를 이룹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사 구조조정도 빚 보증을 연장하고 인력과 소요 비용 감축 등 자르고 팔고, 줄이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며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내실과 효율을 어느정도 높인 이후의 경쟁력 확보 내용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국책은행 구조조정 고위 관계자
“자산팔고 하는 게 능사냐 성장동력 확충, 미래의 뭔가를 지원하는 방안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 맞다. 그런데 생존이 돼야 그 다음 비로소”
이 같은 흐름과 관련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60년대 세계시장의 절반을 점유하며 강자로 군림했지만 오일쇼크와 엔고로 한국에 밀렸던 일본 조선업계가 부활한 것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성장동력 확충을 병행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타나카겐지 일본정책투자은행 실장/한국금융 포럼
“지금 그 기업들 무엇하냐면 중공업·기계 쪽으로 돌리고 커다란 플랜트, 공작기계 혹은 미쯔비시중공업 요즘 항공기 만드는 데 힘 싣고 있다.
부실기업 자구안은 시간벌기·땜질용일 뿐 이행여부가 담보되지 않는데다, 글로벌 격변기에 산업재편이 수반되지 않는 구조조정은 또 다른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정부와 채권단, 부실기업들은 경기침체를 원인으로 꼽지만 호황기에 무리하게 늘린 케파, 비싼 가격에 배를 빌리는 등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경영 패착, 이를 지원한 채권단, 중장기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산업·금융당국 등 정부 주무부처는 산업재편은 커녕 면피에만 급급합니다.
<인터뷰> 국책은행 구조조정 고위관계자
“조선산업 전체 어떤 식으로 포지셔닝, 산업재편 할 것이냐의 문제,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의 방향 수립 주무부처인 산업부 등에서 검토해야 하고”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에서 이제라도 속도를 내야 하지만 기술 차별화, 산업재편이 병행되지 않으면 ‘잃어버린 20년’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타나카겐지 일본정책투자은행 실장/한국금융 포럼
“기업들 보유한 기술들 더욱 활용해 어떤 것 특화할 것인가 파악해야 한다. 성장동력 그것에 성공한 기업들 지금까지 구조조정 거쳐 살아남았다”
구조조정이 단순히 현 시점의 부실을 처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지만 정부는 눈에 보이는 이벤트성 성과, 숫자, 외유만 거듭하며 부실·정상기업, 산업전체의 재편과 연계는 뒷전입니다.
구조조정 실패로 인한 20년이라는 긴 수렁은 우리에게 돌아올 고통과 부담을 감안할 때 너무나 긴 시간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