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현대증권 매각과 사모투자펀드(PEF)

입력 2016-03-31 11:17
수정 2016-03-31 11:30


현대증권 매각이 진행 중이다.

당초 증권가의 매각 예상가 5~6천억원을 훌쩍 넘는 1조원 내외의 가격을 본입찰에 참여한 KB와 한국금융지주 그리고 홍콩계 사모펀인 액티스가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시장에는 온갖 억측과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비공개, 비밀유지 등이 생명인 M&A 속성과 인수합병이 가지는 시장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번 현대증권 매각은 본입찰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장에 큰 이슈꺼리들을 뿌렸다.

얼마전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이 PEF를 앞세워 현대증권 매각에도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아서이다.

결론은 검토는 했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미래에셋측의 공식 발표로 일종의 헤프닝 아닌 헤프닝처럼 마무리됐지만 당시 미래에셋측의 해명을 찾아보면 SI(Strategic Investors) 즉 전략적투자자라는 언급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증권 매각 본 입찰이 시작되니 이슈는 더 많아졌다.



홍콩계 PEF인 액티스 그룹이 다크호스로 부상한 것이다.

이들이 최고가 응찰액을 제시했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NH금융지주가 이들 PEF에 돈을 넣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오며 이번에는 NH의 현대증권 인수 가능성이 언급됐다.

NH금융지주는 바로 해명 자료를 내고 자신들은 LP 즉 단순 투자자일 뿐이라며, NH투자증권을 통해 인수금융으로 2천억원의 대출을 약정(LOC)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시장에서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LP를 전략적 투자자인 SI로 오해해서 생긴 또 하나의 헤프닝인 셈이다.

PEF 그리고 GP와 LP

사모투자펀드로 불리는 PEF는 특정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의 펀드이다. 이번에 현대증권 매각에 참여한 액티스가 바로 이런 PEF이고, 이들은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대주주로서 현대증권의 경영을 책임지게 되고 향후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인 후 재매각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게 된다.



<PEF 일반구조 출처:한국투자파트너스 홈페이지>

PEF는 구조상 GP와 LP로 나뉜다.

액티스 같은 회사가 바로 GP인데 보통 무한책임사원(General Partnership)이라고 한다. 이들이 투자에 대한 무한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고, 실제로 투자에 대한 결정과 운영을 책임진다. 더 쉽게 정리하자면 GP는 투자할 대상을 결정하고 이 투자에 자금을 댈 투자자들을 모으는 역할을 하며 투자 회사 인수에 성공하면 회사의 경영 및 향후 재매각 등도 도맡아 하게 된다.

LP는 유한책임사원이다. 자신들이 투자한 자금에 대한 책임만 진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그래서 이들은 M&A 시장에서 FI(Financial Investor)라 불리는 재무적투자자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들은 GP가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대상의 가치나 또는 GP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들에게 제시하는 여러 조건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그래서 대부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나 은행, 증권사 등의 금융사들이 LP로 참여한다.

다만 앞서 미래에셋의 해명에서 등장했다고 언급한 SI(Strategic Investors), 전략적 투자자로서의 LP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이해야할 것 같다. PEF등이 참여하는 M&A시장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투자자가 존재하는데, 첫번째가 앞서 언급한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FI)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SI)이다. PEF의 자금줄인 이들을 많은 사람들이 구분없이 사용해 종종 오해가 발생하는데, 이들은 투자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분명히 다른 만큼 확실히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차이는 M&A 과정에서 인수하려는 기업의 경영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 이다. 다시말해 전략적투자자(SI)는 자금을 투자한 목적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인수한 회사의 사업 다시말해 경영권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PEF의 경우로 한정해 얘기하면 전략적투자자(SI)는 M&A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한 사람이자 GP의 동업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략적투자자(SI)는 자신들의 자본과 자원 및 역량 등을 적극 활용해 투자하는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근 M&A시장에서 전략적투자자(SI)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는 PEF가 급성장하며 M&A 시장에의 이들의 역할이 커지는 현상과 연관이 있다. 보통 기업의 M&A는 인수자와 피인수자의 업종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M&A가 신사업 진출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인수자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인 만큼 인수에 성공한 후에도 경영 등에서 실패의 확률을 줄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PEF의 GP가 M&A 구조를 짜는 초기 단계부터 인수 대상 기업과 동종업계의 기업을 전략적투자자를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제로 PEF의 GP들은 전략적투자자(SI)를 딜 소싱 단계부터 가장 먼저 선택해 설득하고 이들을 활용해 인수할 기업에 대한 투자 논거(Investment thesis)를 구성한다. 이 투자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연기금과 대형 금융사들을 재무적투자자(FI)로 설득시기키 보다 쉽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대상이 상장기업일 경우 투자논거가 부족하면 해당 기업에 이미 투자하고 있던 주주들이 M&A 이후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제 이런일이 발생하면 시장의 평가가 나빠지며 주가가 더욱 추락하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

LOI(투자의향서)와 LOC(투자확약서)

M&A 과정을 얘기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LOI와 LOC다.

LOI(Letter Of Intent)는 말 그대로 투자의향서이다. 향후 M&A가 성사되면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사가 투자할 의향이 있다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자금조달 조건이 명시되거나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그래서 LOI에는 구체적 자금조달 조건은 차후 협의한다 또는 내부투자심사의 절차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한다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반면 LOC(Letter OF Commitment)는 투자확약서이다. 금유기관이 인수관련 자금 중 얼마를 내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의미다. 당연히 투자와 관련된 세부 조건들이 이 서류에는 다 들어있고 LOC는 법적구속력도 있다.

현대증권 인수에 참여하고 있는 홍콩계 PEF인 액티스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2천억원의 LOC(투자확약서)를 받았고 새마을금고로부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전제로 LOI(투자의향서)를 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 막판변수 '조정가격'

현대증권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다음달(4월) 1일로 미룬 상태다. 당초 29일 예정이던 발표 날짜가 다음날일 30일로 하루 늦춰지더니 또 다시 이틀 더 밀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정가격 등 가격적인 요소와 인수자금 조달 능력 등 비 가격적 요소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간사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자들은 자신들이 써낸 총입찰가의 3% 이내에서 향후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물론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조율이 가능하지만 EY한영이 인수후보자들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가격조정의 범위를 더 줄이려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여기에 M&A 계약의 파기시를 고려해 서로의 책임을 묻는 보상(면책)규정과 매도자의 재고자산을 구입한다든지 또는 기존 거래처를 그대로 유지해줘야 한다든지의 특정행위를 요구하는 이른바 특약사항이 이번 매각의 변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액티스는 현대증권을 인수해 홍콩계 사모펀드임을 강조하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사로 현대증권을 키우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을 인수해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합쳐 6조6천억원의 자기자본을 가진 초대형 증권사를 만들려한다. 이럴경우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과의 양강구도도 가능하다.

KB금융지주 역시 현대증권을 인수가 중요하다. 업계 18위 수준인 KB투자증권을 단숨에 업계 5위권 안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발표되면 3곳의 후보자 중 한곳이 승자가 될 것이다.

M&A는 매도자가 정한 기준에 따라 인수자를 결정하는 시장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얼마든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등의 일정은 미룰 수가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 매각은 지난해에도 오릭스PE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파킹딜 논란에 결국 매각이 무산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매각과정도 본입찰에 들어선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여러차례 미루며 시장의 의구심을 키운 상황이다. 더구나 매각대상인 현대증권은 물론 매각주체인 현대상선 여기에 인수후보자인 KB와 한국금융지주가 모두 상장사인 상황이다. 우선협상대상자선정이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자들과 시장이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선정하게 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